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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에이단] 경관 에이든과 수도원에서 지내는 청년 단영이

[[]] 2014. 6. 13. 11:16

* 경관 에이든과 수도원에서 지내는 청년 단영이 

* 일단 여기까지...... (사라진다) 







검은 수도복을 입고 있는 청년 수도사의 시선은 항상 같은 시간대에 와서 순찰을 돌고, 자신을 바라보는 한 경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경관도 마찬가지였다. 수도사를 보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그의 시선은 항상 수도사에게 머물렀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그 수도사에게서 너무나도 큰 불안과 틈새를 발견해서 일지도 모른다. 경관은 수도사를 지켜본다는 것에 가까웠고, 수도사는 그런 자신을 지켜보는 경관을 잠깐 바라본 것에 가까웠으니까. 경관과 수도사는 항상 일정한 거리를 둔 채로 있었다. 누구도 먼저 다가가지 않았고, 누구도 먼저 말을 걸지 않았다. 그런 둘의 거리는 그렇게 좁혀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영원히. 


하지만 그것과는 달리 둘의 거리는 어느 날을 기점으로 하여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거세게 비가 내리던 날이었는데, 그 날은 엄청나게 심한 폭풍우가 몰아쳤다. 수도원에 순찰하러 왔던 경관 몇 명의 발이 묶일 정도로. 바람은 거칠었고, 빗줄기는 살에 닿으면 아프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들은 결국 그 날은 수도원에서 하루를 지냈다가 가기로 결정 했고, 경관은 그 수도사를 만났다. 맨발로, 낡고 오래된 수도복을 입은 채 돌로 된 수도원의 복도를 걸어가는 모습을. 그는 항상 위태로워 보였고, 불안해 보였지만 그 날은 그 위태로움이 유독 더 한 모습이었다. 마치 누군가가 저 등을 밀기만 한다면, 순식간에 밀려서 떨어질 것만 같이. 그는 위태로웠다. 경관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이. 그 경관은 그 길로 수도사의 뒤를 따라갔다. 붙잡아야 할 것 같은 본능을 느꼈기 때문이니라. 이대로 그를 붙잡지 않으면 그를 더는 볼 수 없을 것이리라. 경관은 그렇게 직감했다. 수도사는 똑바로 복도를 걸었고, 그대로 거센 빗줄기가 내리는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흙탕물이 수도사의 발바닥을 적시고, 수도복의 끝을 적셨다. 내리는 빗줄기는 순식간에 수도복을 젖게 만들었지만, 수도사는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았다. 거센 비바람 속에서도 그는 걸음을 옮기는 것이었다. 경관은 팔로 제 얼굴을 가린 채로, 그대로 뒤따랐다. 빠르게 걸었다. 아니, 뛰었다. 


그는 아마, 죽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이것 또한 본능에 가까운 직감이었다. 


경관은 비바람을 헤치고 나아가 결국 수도사의 팔을 붙잡고 제 품으로 끌어 잡아당겼다. 무어라고 화를 내며 소리쳤지만, 비바람이 거셌다. 이런 시끄러운 비바람 속에서 수도사는 경관의 말을 들은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경관 아니 에이든 헤인즈는 그 순간 수도사가 울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 그는 울고 있었다. 얼굴이 잔뜩 비에 젖었지만, 분명히 울고 있었다. 



발을 옮길 때마다 휘청거리는 걸음걸이에 에이든은 수도사의 어깨를 꽉 붙잡은 채로 그를 부축했다.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그는 매우 지쳐있었다. 몹시 지쳐 있었고, 힘들어 보였다. 모든 것이. 수도원으로 그를 데려왔을 때 수녀 한 명이 놀란 눈이 되어선, 신부를 데려왔다. “맙소사. 고맙소, 헤인즈.”신부는 깊은 한 숨을 토해내며 대답했고, 에이든은 그저 침묵으로 대답했다. 수도사는 수녀 몇 명들이 데려갔고, 에이든은 신부의 부름에 그를 따라갔다. 수녀들을 따르는 수도사의 마지막 시선은 에이든에게 머물렀다. 에이든과 그의 시선이 마주쳤다. 아주 잠깐,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확실하게 서로를 응시했다. 예전에 멀리서 서로를 인식했던 것처럼. 


신부가 전해준 옷으로 갈아입은 에이든은 소매의 단추를 잠그며 무심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뭐 하나 여쭤볼 것이 있습니다만, 괜찮겠습니까.”

“물어보시게, 뭐든.”

“그 아이. 그러니까……이름을 모르네요. 하여튼, 그 수도사. 정말 수도사가 맞습니까? 매번, 기도 시간에 밖에 나와 있는 것을 봤습니다. 항상 있더군요.”

“‘영’이라고 부르지. 아니, 그 아이는 수도사가 아닐세. 어릴 적에 이곳에 아기 한 명이 버려져 있었지. 이름이 적힌 종이와 함께. 그 아이를 나와 수녀들이 돌봤네. 우리의 아들이지.”


신부의 말에 에이든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신부는 그저 고개를 숙였다. “오늘 일은 정말 깊이 감사하네.”그 인사에 에이든도 그저 덩달아 고개를 숙였을 뿐이었다. 




다음 날, 어제의 수도사 아니 영은 수도복을 입고 있지 않았다. 깨끗한 흰색 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고 있었을 뿐. 멍하니 수도원의 밖을 바라보고 있던 영의 그런 모습을 에이든은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그렇게 지켜보던 에이든이 문득 영의 곁으로 가서 팔짱을 끼며 말을 걸었다. 


“뭘 보고 있어?”

“……아무것도.”

“아무것도? 흠. 매번 나와 있던데. 그보다, 어제는 왜 울었어?”

“……울지 않았어요.”

“비가 심하게 내렸지만, 확실히 알아볼 수 있었어. 넌 어제 울었어. 왜 울었어? 괴롭힘을 당하는 거 같지는 않던데.”


에이든의 말에 영이 에이든을 바라봤다. 검은 눈동자가 똑바로 저를 응시하고 있었다. 더는 수도복을 입고 있지 않았다. 오늘의 에이든은 아직 경관의 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 수도원에서 준 옷을 입고 있는 두 사람의 복장은 제법 비슷했다. 키는 거의 머리 하나가 차이 났지만, 체격의 차이는 제법 있었다. 에이든은 영을 내려봤고, 영은 에이든을 올려봤을 뿐이었다. 그건 꽤 오랜 침묵이었다. 대답해야 하는 것은 영이었지만, 영은 끝내 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에이든은 그 이유를 대충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저 어깨를 으쓱였을 뿐이었다. 


“이제부턴 내가 말 상대를 해줄게.”

“……왜요?”

“이젠 너를 알게 됐으니까.”


에이든의 말에 영은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거절의 표현을 한 것 또한 아니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