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적으로는 브루스 보이틀러의 죽음 이후에 티엔과 마틴의 이야기이므로 티엔마틴이라기보다는 티엔+마틴에 가까울 수도 있습니다.
언제나처럼 브로맨스 아닌 브로맨스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당일 출력 합니다.
그 날, 청년의 모든 것은 끝났다. 아니, 끝나버린 것과 다름이 없었다. 눈앞에서 쓰러지던 사람과 순식간에 찾아온 침묵과 혼란. 지금 자신의 눈앞에서 쓰러진 남자가 누구인가. 청년의 머리는 한 참 동안이나 굳어버린 것만 같았다. 시선이 남자를 향해 고정됐다. 눈이 천천히 쓰러진 남자를 쫓았다. 누군가가 소리쳤다. 비명 소리가 이어졌고, 시끄러운 포격 소리가 이어졌다. 상황을 깨달은 청년은 그런 소리들을 무시한 채, 팔을 뻗었다. 몸을 내던지려고 했다. 쓰러진 사람, 자신에게는 은인이라고도 할 수 있는 남자였다. 사이가 틀어지기 전 까지는. 아니, 사이가 틀어졌다고 하더라도 마틴은 그 남자를 믿고자 했다. 그저 생각이 다르고, 방식이 다를 뿐이야. 그렇게 남자를 이해하기로 했다. 남자는 어땠을지는 몰라도. 남자를 향해 다가가려는 청년의 팔을 억세게 잡아당긴 것은 다른 또 다른 남자였다. 무심한 듯 하면서도 어딘가 엄격해 보이는 얼굴을 한 남자의 평소 표정과는 전혀 다른, 당혹으로 얼룩져 있는 표정. 평소였더라면 그런 그의 표정을 보고서는 ‘표정 한 번 웃기네요.’ 라고 한 소리라도 해줬을 텐데. 나는 가야해. 자신을 붙잡은 남자에게 청년은 그렇게 말했던 것도 같다. 아니, 그렇게 말했다. 웃기지 마라. 사내의 단호한 목소리가 돌아왔다. 가면 살릴 수 있을지도 몰라. 가면……. 청년의 눈은 이미 혼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남자는 여전히 단호한 표정을 한 채로 청년의 팔을 더욱 세게 붙잡았다. 안 돼. 그가 그렇게 말했다. 아니, 말하는 게 아니라 그런 표정을 하고 있었다. 비명 소리가 이어졌다. 또 다시 포격의 소리도 이어졌고, 여기저기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청년은 그 날 한 번 죽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죽지 않았으나, 거의 죽은 것과도 다름없었다. 청년에게 돌아온 것은 지독하고, 지독할 정도의 침묵이었다.
브루스 보이틀러가 죽었다.
그는 명실상부한 재단을 이끄는 사람이었고, 이 재단의 중심인 사람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슬퍼했고, 재단은 보이틀러가 돌아오기 전으로 돌아가려는 것처럼 보였다. 재단은 쇠퇴하고 마는가. 신문에 난 기사를 보며 티엔은 그저 잔뜩 인상을 쓰고는 결국 신문을 휴지통으로 구겨 던져버렸다. 더 이상 읽을 가치도, 볼 필요도 없었다. 보이틀러가 죽은 이후로 재단은 보이틀러의 뒤를 맡아 줄 사람을 내부에서 찾기 시작했다. 의견을 통합해줄 사람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고, 마틴 챌피는……그 남자가 죽은 이후로 자신의 방에서 나오질 않고 있었다. 그렇게 약하고, 약한 남자였던가. 티엔은 그런 생각을 하다, 그 날의 마틴 챌피를 떠올렸다. 처음에는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것 같았던 표정. 그리고 서서히 무너져가던 표정. 만약에 그 상황에서 붙잡지 않았더라면, 저 청년은 곧장 브루스 보이틀러에게로 달려갔을 것이 분명했다. 만약 거기서 잡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그대로 붙들고 강제로 끌고 귀환하지 않았더라면 바로 달려갔을 것이 분명했다. 아무리 골이 깊었다고 한들, 결국 그럴 것이 분명했다. 보이틀러가 쓰러졌을 때, 제일 먼저 반응한 건 마틴 챌피였으니까.
재단으로 돌아오자마자 마틴은 티엔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잔뜩 일그러진 얼굴이 자신을 노려보며, 그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그건 원망……과 비슷하다고 티엔을 생각했다. 저 비슷한 눈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도 같은데. 티엔은 그저 자신을 향해 분노와 모든 감정을 표출시키는 마틴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