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가흑막이고정체를들켰다면 (칼리스)
자신이 알고 있는 소년은 심약한 청소년이었다. 제 의견을 좀처럼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타인과 눈을 마주치기만 해도 움찔 거리고. 겁이 많고, 다정다감하고. 그것이 칼비노가 알고 있는 리스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건……. 모든 사고가 정지한 것만 같았다. 상황을 머리가 따라가지 못하는 기분. 제가 잘 알고 있던 소년은 손에 묻은 피를 제 능력을 사용해 닦아내고 있었다.
“……아저씨, 놀랐어요?”
요 며칠, 능력자들을 대상으로 살인이 일어나고 있다는 건 소문으로 들었지만. 그 범인이, 그 사람이. 제 눈앞의 작은 소년일 줄은. 무슨 말을 해야 하지. 후. 칼비노가 숨을 내뱉었다.
“……리스. 어떻게 된 거야.”
리스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제 주변을 확인하고는 우물쭈물 거리는 태도가 되더니 시선을 아래로 흘렸다. “모, 모르겠어요.” 평소와 똑같이 흔들리는 시선을 한 채로 리스가 대답했다. 주변의 살벌한 풍경과 달리 모습이나 목소리는 너무나도 평소와 똑같아서. 칼비노는 지금 자신이 꿈이라도 꾸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리스.”
“……모, 몰라요. 저도. 왜, 저한테, 화, 내세요, 아저씨.”
“화내는 거 아니야.”
“아저씨, 표정이, 화내고 있어요.”
리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똑바로 칼비노를 바라봤다. 물이 빠지고 있는 머리카락은 근래에 더 물이 빠져서 이미 본래의 색을 잃어버리진 오래였다. 리스가 제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저는, 아저씨가 좋아요. 그래요, 그래서, 그래서 그랬어요.”
“무슨 말이야, 리스.”
“……제가, 뭘 해도 이해해 주실 거죠?”
“리스, 제대로 설명을…….”
물이 끓어오르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땅을 적시는 것은 곧 온통 물이었고, 칼비노는 이미 젖어버린 바닥을 바라보다 리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왜 너는 울고 있는 거야. 어떠한 말도 꺼내지 못한 채로 칼비노가 침묵을 지킨 채로 소년을 바라봤다.
“아저씨, 사랑해요, 제 곁에 계속 있어주세요,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