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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의나라]

[[]] 2016. 4. 24. 02:00

장인의 나라.

이걸 로버트범이라고 해야할지 너무 애매하군.. ..로버트랑 범이 나오니까 로버트범이라고 써도 되는 게 아닐까? (아무말 하고 있음)

그냥 설정붕괴....범이가 장인이 되는 게 보고 싶어서 쓰기 시작한 거였는데 뒷 이야기든 앞 이야기든 언젠가 이어쓰겠지 (코파












문득 잠에서 깼다. 눈을 뜬 청년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한 참 동안 악몽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이 익히 알고 있는 익숙한 천장. 자신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공간. 아. 그래, 그 동안 일어났던 일들은 전부 긴 꿈이었구나. 청년은 저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했고, 안심의 한숨을 내뱉었다. 꿈이라서 다행이다. 청년은 그렇게 생각했고, 그대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차가운 물 한잔을 마시고, 너무나도 생생했던 꿈을 떠올리고, 또 떠올렸다. 어느 날 갑자기 실종 된 여동생. ‘장인’이라 불리는 자들. 그리고 ‘장인’이 되어버린 여동생. 자신을 보고, 차갑게 식은 눈으로 모르는 척 하고 떠나가 버린 여동생. 


여동생에게 안부를 물어보기 위해 핸드폰을 찾았다. 침대에 덩그라니 놓여 있는 핸드폰을 집어 들고, 익숙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길게 수신음이 이어졌지만, 하나 뿐인 여동생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원래부터 잠수를 타는 일이 자주 있었으니까. 조금 이따가 집에 들러볼까. 청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대충 아무 옷이나 걸치고 신발을 구겨 신었다. 


급하게 다다른 문 앞에서 청년은 잠시 손을 멈췄다. 잠시 그 문을 가만히 바라보던 그는 문을 두드렸다. 문 뒤쪽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침묵이 이어졌다. 그는 다시 또 문을 두드렸다. ……사예야. 굳게 다물렸던 입으로 익숙한 이름을 불렀다.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결국 멋대로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은 너무나도 고요했다. 


“……백사예?”


두리번거리면서 여동생을 찾기 위해 더욱 안쪽 방으로 향했다. 방안이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청년은 순간 어지러움을 느끼고는 제 이마를 손으로 꾹 눌렀다. 발걸음이 비틀거렸다. 땅이 꿀렁거리며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결국 사내는 제 이마를 붙잡고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로, 한 자리에 앉아 끙끙 거리며 앓는 소리만 냈다. 그간 일어났던 일들은 전부 꿈이어야 한다. 꿈일 텐데. 아니, 꿈이 아닌가? 


뭔가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온 몸의 털이 쭈뼛하고 서는 감각. 머리를 부여잡고 있던 청년은 어느새 제 몸을 양 팔로 꽉 감싸 안았다. 이런 느낌, 언젠가 한 번 느껴본 적이 있는 것만 같다. 어디선가 이런 비슷한 감각을……. 

제 몸을 제 팔로 감싸 안고 주저앉아 있던 청년은 자신이 생각보다 몸을 많이 떨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이 몸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지금 이게 꿈인가봐. 그 생각이 들자 순식간에 몸이 붕 떠올랐다. 아니, 감각이. 그랬다. 붕 떠오르는 와중에 어떤 남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름끼치는 눈. 그가 웃었다. 소름끼치는 웃음이었다. 


백범은 겨우 눈을 떴다. 


온 몸이 축축하게 땀으로 젖어 있었다. 침대에서 겨우 몸을 일으키고, 두 발로 겨우 서봤지만 몸은 이상하게 제 말을 듣지 않았다. 범은 비틀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땅이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것 같다. 범은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은 채로 제 이마를 손으로 꾹 눌렀다. 토할 것 같기도 했다. 구토감이 순식간에 몰려오는 것만 같다. 몸의 오한이 멈추질 않았다. 


범은 겨우 몸을 일으켜서 걸음을 옮겼다. 겨우겨우 부엌으로 가서는 냉동실을 열었다. 투명한 용기에 다져진 것 같은 고기가 담겨 있었고, 변화 없는 표정을 한 채로 그 고기를 믹서에 갈았다. 뭐라도 먹고 다시 누워야겠어. 범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한 번 더 손으로 제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런데……나 어제 뭐했더라? 무언가 뚝 끊겨버린 기억. 떠오르는 것이 별로 없었다. 술을 먹었던 거 같은데. 그 다음엔. 누구를 만났던가? 범이 눈을 감으며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그의 손은 온통 피범벅이었다. 


“범아.”


그 남자가 거기 있었다. 깔끔한 차림을 한 채로, 입만 웃으며 서있었다. 그 남자의 옆에는 축 쳐진 사람이 있었다. 이미 죽은 사람이었다. 몸의 반 이상이 뜯겨, 내장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범은,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질 않고 있었다. 분명 자고 일어났는데?


“아픈 거 나으려면, 마저 먹어야지. 응?”


그는 여전히 친절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아버지 말, 잘 듣기로 했잖니. 그가 덧붙였다. 범은 한 참 동안이나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그를 바라봤다. 꿈같은 것이 아니었다. 저 여자는 자신이 먹은 것 이었고, 눈앞에 보이는 여자는 자신이 먹어버린 것 이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쩌다 ‘장인’이 되었는지 백범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이게 꿈이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