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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크본즈 / 생도시절 2

[[]] 2016. 8. 27. 22:54






“……그러니까, 뭐?” 레너드는 자신을 붙잡고 황당한 질문을 하는 같은 동기의 말에 경악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마 지금 자신은 잔뜩 구겨진 표정으로, 어이없는 얼굴을 하고 있겠지. “아니, 그러니까. 커크 말이야. 제임스 티베리우스 커크. 그 녀석이랑 무슨 사이야?” 그 질문에 레너드는 손으로 제 이마를 누르면서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러니까 무슨 소리지, 이게. 무슨 사이라고 묻는 질문은 보통……. 


“무슨 사이긴 무슨 사이야. 그냥 친구지.” 


딱 잘라 내뱉으며 레너드는 획 몸을 돌렸다. 더 상대할 이유도 없었고, 같은 질문을 수번이나 반복하며 듣는 것도 슬슬 버거웠다. 그럼에도 상대는 포기를 모르는지 끈질기게 달라붙으며 “진짜로? 농담이 아니라?” 물어왔다. 그 질문에 레너드는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며 “그래, 친구야. 친구, 친구라고!” 반복해서 대답했다. 그렇게 걸음을 옮기다가 멈춘 레너드가 “대체 왜 그런 질문을 하는 거야?” 라고 잔뜩 표정을 구기며 묻자, 돌아오는 대답은 레너드를 더 황당하게 했다. 


“그야, 너희 매일 붙어 있잖아.” 

“매일 붙어 있는 게 왜 그렇고 그런 사이의 답이 되는 건데?”

“게다가 룸메이트고.”

“그건 또 뭔 상관이야.”

“게다가 커크가 뭔 잘못을 하면 매번 네가 달려가잖아?”


레너드는 제 이맛살을 손으로 꾹 눌렀다. “그냥 친구야. 이제 그만 따라와. 논문도 써야 하고, 난 바쁘니까.” 라고 대답하며 레너드는 걸음을 재촉했다. 


그러고 보면 지금까지 저런 질문을 받아본 적이 몇 번 있기는 했다. 커크와는 무슨 사이야? 혹시 커크랑 사귀니? 같은 질문들. 그 때마다 레너드는 친구거든. 친구야. 라고 일축했지만 어째서인지 저런 질문을 묻는 사람들을 사라지지 않았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들이 저런 질문을 하는 것도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 만큼 제임스와 거의 매일 붙어 있는 건 사실이었으니까. 커크는 툭 하면 레너드를 찾아왔고, 레너드도 딱히 그런 커크에게 차갑게 대하진 않았으므로. 그러다보니까 자연스럽게 룸메이트 이야기가 나왔고, 그렇게 됐을 뿐이다. 커크의 일에 굳이 나설 필요도 없는데 나서는 이유는 친구이기 때문이고. 뭐 더 큰 이유가 필요한가?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친구잖아? 그럼 됐지. 그 녀석도 날 친구라고 생각 할 텐데. 




“본즈. 우린 친구지?” 뜬금없는 소리였다. 자기 침대에 누워서는 대뜸 그렇게 물어오는데, 책상에 앉아서 참고할 자료들을 정리하던 레너드는 “그럼 친구 아니냐?” 라고 심드렁한 표정이 되어 되물었다. 그 물음에 푸하하. 하고 작게 웃는 소리가 났다. 한참을 뒤척이는 소리. 방의 불은 꺼졌지만, 책상의 작은 스탠드만 켜놓은 채로 레너드는 자료에 집중했다. 한참을 뒤척이는 소리가 계속 이어져서 그는 결국 고개를 돌렸다. 잠을 자기는커녕, 침대에 앉은 채로 파란 눈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어서 레너드는 “짐.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라고 말을 꺼냈다.


“응. 그랬지.”

“그럼 얼른 자. 왜 보고 있어?”

“본다고 좀 닳는 것도 아니고.”

“……짐.”

“본즈.”

“왜.”


제임스는 잠시 말없이 레너드를 바라봤다. 파란 눈이 느릿하게 깜빡거렸다. 내가 말을 했었던가, 저 눈이 우주를 담고 있는 것 같다고?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보니, 제임스에게 직접 말한 적은 없는 것 같다. 한참을 말없이 자신을 쳐다보는 제임스의 모습에 레너드는 대답을 독촉하듯, 손으로 책상을 가볍게 두드렸다. 


“아무것도 아니야. 나 먼저 잘게.”

“그래, 잘 자.”


딱봐도 고민이 있어 보였지만, 레너드는 그저 모른 척 하기로 했다. 








생도시절 둘의 관계는 타인이 보기에 고구마먹기였으면 좋겠어서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