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크본즈] 제임스 커크와 레너드 맥코이에 대하여 1
[짐본즈] 제임스 커크와 레너드 맥코이에 대하여 1
레너드 맥코이에게 ‘죽음’이란 그 어떤 것보다도 가까운 것 이었다. 그는 의사였기에 누구보다도 더 가까이서 수 십 아니 수백에 가까운 죽음을 보았으며, 몇 번의 기적을 보았다. 그에게 있어서 죽음이란 그런 것이었다. 인간으로는 피할 수 없는, 아니 보통 생명체라면 피할 수 없는 끝. 그리고 자신에게는 그런 보통의 사람들보다도 더욱 자주 마주하게 되는 상황. 죽음을 자주 접한다고 해서 그 죽음에 슬프지 않은 것도 아니며, 무덤덤해지는 것 또한 아니다. 그저 그 무게를 누구보다도 잘 알아, 그저 말을 아끼는 것 일뿐. 단지 그뿐.
익숙하니까 괜찮아, 같은 것은 없다고 레너드 맥코이는 생각했다.
자신이 없던 곳에서 제임스가 죽었을 때. 그는 무엇을 생각했던가.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충격을 받은 대원들의 사이에 레너드는 그를 쳐다보지도 못하고 있었다. 이미 싸늘한 주검이 되어 의사인 자신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때의 비참함. 자신은 죽어버린 사람을 살릴 수는 없었다. 너는 왜 이렇게까지, 스스로의 목숨을 내바쳤을까. 잠든 것 마냥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온 제임스를 내려다보며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참담한 기분에 그저 하염없이 제임스를 바라보기만 했다. 금방이라도 눈을 뜨고 안녕, 본즈. 라고 말할 것 같은데. 아니, 그래야 하는데.
빌어먹을 새끼. 레너드는 더 이상 들을 수도 없는 상대에게 실컷 욕을 했다. 물론 속으로. 빌어먹을 새끼. 언제부터 잘못되었을까. 어느 지점에서 말렸어야 했지? 파이크 제독이 죽고 직접 그 범인을 잡으러 간다고 이야기를 했을 때? 총격 사건을 겪었으면서도 검사를 받으러 오지 않고 무작정 출항을 결정했을 때? 알 수 없는 어뢰 문제로 스코티와 실랑이를 벌였을 때? 칸과 함께 침입한다고 했을 때? 생각해보면 때는 많았다. 옆에서 충분히 대화를 나눌 시간도 있었고, 그를 진정시킬 시간도 많았다. 분명히. 파이크 제독의 죽음 이후, 제임스 T. 커크의 상태는 확실히 잔뜩 예민해져도, 너무 예민해져 있는 상태였다. 아니 어쩌면, 그 전부터 그랬을지도 모르지. 그 전부터 그랬는데 그냥 넘겨버렸던 것 일지도 모르지. 제임스는 원래 그런 녀석이니까. 아니 자신은 결국 제임스에게 넘어가 버렸을 테니까. 결국엔 제임스는, 아니 이 빌어먹을 자식을 탓 하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자꾸만, 그런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레너드는 비참해졌다. 이 모든 것들이.
비참함에 맥코이는 제 양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테이블 위에 있던 트리블의 숨소리가 들리지만 않았다면 맥코이는 계속 그러고 있었을 것이다. 분명 죽은 줄 알았던 트리블의 숨소리가…….
저 트리블은 죽었었는데. 그가 급하게 고개를 들고, 천천히 솟구치는 수치들을 보며 다급하게 외쳤다. “당장 극저온 캡슐 하나 가져와!” 메디베이는 그의 한마디에 순식간에 모두가 바삐 움직였다.
혈청의 개발은 성공적이었다. 그래, 아주 다행스럽게도.
맥코이는 사실, 자신이 이 혈청을 만들면서도 이걸 해낼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잘 서질 않았지만. 그의 그런 우려와는 다르게 혈청은 성공했고, 그는 그걸 제임스에게 사용했다. 다만, 제임스는 바로 일어나지 못했고 수혈을 받으며 내내 잠들어 있었다. 맥코이는 매일, 매일 그의 곁을 지키며 하루에도 몇 번씩 그의 상태를 체크하고 또 체크했다. 몇 번인가 엔터프라이즈의 대원들이 제임스의 병실을 왔다갔고, 그때마다 그들은 맥코이의 지쳐 있는 얼굴을 마주했다. 괜찮아요? 라고 누군가 물으면, 그는 괜찮지. 라고 대답했다. 맥코이가 제임스의 병실을 비우는 적이 없다는 것을 이미 모두가 다 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에게 쉬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는 매일 제임스의 곁을 지켰고, 때로는 울고 있는 것도 같았다. 아마도.
맥코이는 제임스가 여전히 깨어나지 않자 속으로 불안해했다. 혈청을 주입한 게 잘한 것일까? 맥코이는 제임스를 생도시절 때부터 알았고, 자신이 아는 한 그는 그때부터 듣도 보도 못한 온갖 알레르기를 달고 살았더랬다. 그러니까 저 혈청에 의해서 정말 알 수 없는 반응을 보인다면. 예상하지도 못했던 반응이 나타난다면. 오히려, 저 혈청이 더 안 좋은 방향으로 영향을 끼치게 된다면? 만약 그가 칸처럼…….
온갖 것들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병실 안은 오로지 기계 소리가 퍼런 불빛들만이 번쩍였다. 당사자는 그저 잠들어 있다. 그는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쓸어내리곤 살짝 고개를 숙였다. 괜찮아. 아직까지 수치는 정상적이었고, 크게 위험이 되는 것은 없었다. 그러니 괜찮아. 그러니 빌어먹을 짐. 제임스 T. 커크. 멀쩡하게 눈 좀 떠봐.
생도시절, 제임스와 같은 방을 사용했던 그 시절의 어느 날. 한 번은 제임스가 양손이 퉁퉁 붓고, 몸에 시뻘건 발진이 올라온 채로 방에 들어온 적이 있었다. 그 때 꽤 늦은 저녁 시간이었고, 들어왔을 때의 충격적인 모습에 레너드는 잠시 말문이 막혀 한동안 경악스런 얼굴로 제임스를 바라봤다. “본즈. 나 아픈데.” 제임스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는 본즈는 제임스의 어깨를 붙잡고는 빠르게 걸었다. 빌어먹을 새끼. 비글 같은 애새끼. “방으로 안 들어가?” 뒤에서 제임스의 말이 들렸다. 그 말에 레너드는 여전히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며 “방안에 뭐가 있어야 치료를 하든, 원인을 알아내든 하지. 이번에는 또 뭘 먹었어? 아니면 뭘 만졌는데?” 질문에 대한 답은 한 참 동안이나 안돌아왔다. 침묵에 더 황당해진 레너드가 걸음을 멈추고 고개만 돌려 제임스를 바라보니 그는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고는 “음.” 이라고 딱 한 마디만 내뱉고 끝이었다. 그래, 그게 끝. 염병. 사람이 걱정 되는 마음에 말을 해줘도 듣지를 않지.
“본즈. 얼굴 펴. 인상 쓰지 말고.”
“너 같으면 퍽이나 그러겠다.”
“……내가 분명히 말했던 것 같은데. 어디 가서 잘 모르는 거 받아먹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라고. 아니 아예 근처를 가지를 마! 온갖 듣도 보도 못한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는 주제에 무슨 배짱으로 그러는 거야? 네 취미에는 분명 내 속 긁기를 써야 돼.” 레너드는 그렇게 잔소리를 해대며 제임스의 팔을 잡아당겨 근처 의자에 앉게 했다. “알았어, 마미. 다음부터 취미 란에 그거 쓸게.” 잔뜩 장난 끼가 담긴 목소리가 돌아왔다. 어이없는 표정으로 제임스를 바라보자 어깨를 으쓱인다. 트라이코더를 내려놓고 앰플을 찾으며 레너드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네가 치료해 줄 거잖아.”
“지미. 나는 의사지 만능 키 같은 게 아냐. 내가 널 못 치료할 수도 있다고. 이 멍청아.”
그 잔소리에 제임스는 킬킬거리며 웃었다. 목 근처에 놓은 하이포가 따가워 웃다 인상을 찌푸리자 “하나도 안 아픈 거거든?” 이라는 레너드의 말이 따라왔다. “그래, 차라리 아플 거면 내 눈 앞에서 아파라. 그러면 치료라도 할 수 있지. 물론! 안 다치고, 안 아픈 게 제일 좋아. 짐.” 이라고 말하며 레너드는 제임스의 손을 살폈다.
“조금 있으면 붓기 빠질 거야”.
“역시, 대단하셔. 우리 닥터는.”
레너드는 말없이 제임스를 바라보다가 살짝 그 얼굴을 꼬집었다. “까분다. 지미.” 툭 내뱉은 말에도 제임스는 뭐가 그리 좋은지 킬킬 거리며 웃었다.
잠깐, 졸았나. 레너드는 겨우 눈을 뜨며 손으로 제 얼굴을 쓸어내렸다. 무슨 예전 꿈을 꾸는지. 혹시나 싶어 고개를 똑바로 들고 바라봤지만, 제임스는 여전히 잠들어있었다. 저도 모르게 한 숨이 터져나왔다. 맥코이는, 레너드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침상 가까이에 섰다. 수치가 정상적이고 나쁘지 않다. 아마 조만간 깨어나지 않을까. 레너드는 그 얼굴을 내려다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얼굴을 내려다보다 손을 잡았다. 지미. 짐. 제임스. 상대를 불러도 대딥은 돌아오지 않았다. 레너드는 한참을 손을 잡고 있다 곧 병실을 나섰다.
“닥터 레너드 맥코이.” 병실을 나서자마자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레너드는 몸을 돌렸다. 스타플릿의 제복을 입고 있는 사람이 세 명. “여기 계셨군요. 잠시 사령부에서 보자고 하십니다.” 그 말에 레너드가 살짝 눈썹을 위로 올렸다. 뭐 때문인지 대충 알 것도 같네. 레너드가 완전히 몸을 그들 쪽으로 돌리자 가장 앞에 있던 사람이 “따라오시죠. 모시겠습니다.” 라고 말하며 팔을 뻗었다. 맥코이는 굳이 대답하진 않았다. 그저 그들의 뒤를 바삐 따랐을 뿐.
그들을 따라가면서 레너드는 그저 굳게 입을 다물었다. 리프트에 올라타면서도 그도, 그를 안내하는 이들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최고 사령부의 제독 회의실에 도착한 그는 문이 열리자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섰다. 그리고 맥코이는 자신이 지금 스타플릿 소속 USS 엔터프라이즈호의 CMO 레너드 맥코이로 이곳에 왔는지 아니면 USS 엔터프라이즈호의 함장 제임스 T. 커크의 주치의 레너드 맥코이로 이곳에 불려온 것인지 잠시 생각해야했다. 아마 후자겠지. 아니, 어쩌면 둘 다 일지도 모르고. 들어가자마자 모습을 보인 여성 제독은 몸을 일으켜서는 그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며 “편한 곳에 앉게, 닥터 맥코이.” 라고 말하며 웃었다. 기다란 테이블의 가장 끄트머리 자리에 맥코이가 앉자, 그녀 또한 테이블로 다가와 맥코이의 맞은편에 앉았다.
“내가 왜 불렀는지 그 이유 혹시 알 것 같나요?”
“……아마 ‘혈청’ 때문이겠죠. 어차피 그 때, 혈청을 완성했을 때 스타플릿과는 이야기가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아닙니까?”
“맞아요. 그 때 ‘혈청’ 건은 끝났죠. 하지만 닥터에 대한 것은 끝나지 않았어요. 스타플릿에서는 닥터에 대한 보안 등급을 올리기로 결정했어요.”
이건 대충 예상한 일이고. 맥코이는 대답 없이 가만히 그 말을 듣기만 했다. “그리고 커크 함장에 대해서는 더 걱정하지 않아도 될까요? 닥터.” 그 질문에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던 맥코이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얼굴에는 평온함이 있었다. “……커크 함장에 대한 상태는 매일 기록, 보고하고 있습니다. 기록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수치는 계속 안정적입니다. 아마 조만간 깨어날 겁니다. 그 뒤에 추가적으로 검사를 더 하고, 다시 보고 올리겠습니다.” 그 말을 하면서 맥코이는 저도 모르게 한 숨을 내뱉었다. 맥코이의 시선이 다시 흩어졌다. 다시 눈이 마주치자 그녀가 어깨를 으쓱이며 할 말이 있으면 하라는 시선을 내비쳤다. 맥코이는 잠시 눈을 굴리며 고민하는가 싶더니 천천히 입을 뗐다.
“……재배치를 받고 싶습니다. 아니면 지상직 전환을 원합니다.”
맥코이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녀의 입장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는지 조금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커크 함장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어요. 그가 깨어나고 이야기 한 뒤에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생각하나요?” 고개를 숙이고 있던 맥코이가 그 말에 고개를 들었다. 뭐라 더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녀의 표정은 단호했고, 아마 그가 뭐라고 더 말을 하더라도 통하지 않을 듯 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맥코이는 더 말을 하고 싶지 않기도 했다. 그녀는 대답을 바라는 듯 고개를 살짝 까닥거렸다. 곧 맥코이는 무거운 입을 열었다. “………예, 알겠습니다.” 대답을 하면서도 마음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그리고 꽤 긴 시간동안 그녀의 시선이 그런 자신에게 붙어 있음을 은연중에 느꼈다.
진짜로 그만두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무언가가 맥코이를 무겁게 짓눌렀다. 자신이 없는 곳에서, 어떻게 손을 쓸 수도 없이 죽어버렸던 순간. 죽음에 그 누가 익숙해질 수 있단 말이야. 그녀의 말대로 이야기를 해보고…….
뭘 이야기해야 하는데? 그만두고 싶다고? 지상직 전환을 요청해봤다고? 맥코이는 길게 한 숨을 내뱉었다.
새 메디컬 튜닉으로 갈아입고, 맥코이는 또 다시 익숙하게 제임스의 병실로 향했다. 그의 일과는 지금까지 계속 이랬다. 잠깐 쉬었다가 새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병실로. 누군가 그를 찾아오지 않는 이상 그가 자리를 비우는 일은 없었다. 병실로 향하는 맥코이의 앞을 막아선 것은 스팍이었다.
“……스팍.”
“닥터. 매우 피곤해 보이시는 군요.”
“평소랑 똑같은데.”
“그렇다면 더욱 문제가 됩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셔야 업무 효율이…….”
“스팍, 그만. 그만하고. 무슨 일 때문에 왔어? 병문안 건이라면 아직 일어나지 않아서 지금 간다고 해도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확답 못해줘. 갈 거면 따라오고. 잔소리 하려고 온 거면 더 하지 말고, 그냥 가.”
스팍이 살짝 고개를 기울여 맥코이를 바라봤다. 왜. 뭐. 맥코이가 입모양만 벙긋거리자 “휴식을 권해드리고 싶군요.” 라는 말이 되돌아왔다. 그런 스팍의 말에 맥코이는 그저 그의 어깨를 손으로 툭툭 두드리고는 옆으로 지나쳤다. 스팍은 그런 맥코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천천히 뒤 따랐다.
그리고 2주. 약 14일 정도가 되었을 때 제임스가 깨어났다.
수치를 바라보고 있던 맥코이가 뒤에서 들리는 심호흡 소리와 인기척에 살짝 고개를 돌리며 익숙한 듯 트라이코더를 제임스의 몸에 댔다. “소란 떨기는. 실제로 죽은 시간은 얼마 안 돼.” 다소 퉁명스럽게, 최대한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하며 맥코이는 트라이코더를 치우고는 제임스의 얼굴을 바라봤다. 여전히 파란 눈동자가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라고.
“내가 칸의 피를 가지고 ‘혈청’을 만들었거든. 혹시 살의나 명예욕 같은 게 들끓어?”
“……난 항상 그런데.”
제임스는 그렇게 대답하며 입 꼬리를 살짝 위로 올리며 웃었다. 멀쩡해 보이는군. 맥코이는 그렇게 생각하며 어깨를 살짝 으쓱였다. “칸은 어떻게 잡았는데?” 제임스가 그렇게 물으며 숨을 길게 내뱉었다. “직접 물어보든가.” 라고 말하며 맥코이는 슬쩍 옆으로 자리를 비켜줬다. 방금 나온 수치를 기록하고, 그는 스팍과 제임스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나랑 우후라도 도왔거든. 이라고 툭 끼어들면서.
“본즈. 재활 얼마나 해야 할까? 오래 걸려?”
“글쎄. 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 혈청 때문인지 회복 속도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좀 빠른 편 인 것 같으니. 농땡이 피우지 말고 열심히 해. 그럼 더 빨리 복귀할 수 있겠지.”
본즈는 그렇게 말하면서 방금 나온 제임스의 결과를 기록했다. “네가 해주는 거 아니야? 재활.” 앞에 앉아 있던 제임스가 눈을 크게 뜨고 질문했다. 수치를 다 기록한 본즈는 제임스의 눈도 마주치지 않고 대답했다. “어.” 다소 딱딱하고 차가운 대답에 제임스는 조금 놀란 건지 잠시 말이 없었다.
“……본즈. 생각해봤는데. 요즘 나 피해? 눈도 안 마주치잖아.”
그 질문에야 눈도 마주치지 않던 맥코이의 시선이 제임스를 향했다. 파란 눈을 한 참이나 쳐다보던 맥코이는 “내가 널 피한다고 하면 어쩔 건데.” 라고 대답하며 손에 들고 있던 패드를 철제 테이블 위에 올렸다.
“……왜 그런지 설명은 해줘야 할 거 아냐. 내가 그렇게 됐을 때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맥코이는 길게 한 숨을 내뱉었다. 어차피 곧 이야기를 듣고 또 난리 나서 자신을 찾을 텐데. 미리 말해버리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그는 자신의 이맛살을 손으로 꾹 누르며 입을 뗐다.
“재배치 요청했었다. 아니면 지상직 전환이라도 시켜달라고 했었어.”
“……뭐?”
“……된다고 확답을 들은 건 아냐. 애초에 네가 잠들어 있어서 이야기가 더 진행이 안됐지. ………그리고 진짜로 그만두고 싶어서 꺼냈던 이야기는 아니야.”
제임스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맥코이는 입을 다물고 저를 바라보고 있는 그를 가만히 바라봤다. 얼굴에는 다소 당황스러움이 깔려 있다. 맥코이는 여기서 더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솔직히 열 받았다.”
겨우 고민 끝에 내놓은 한마디가 고작 이거라니. 아니, 하지만 이것만큼 확실한 표현이 어디 있을까. 맥코이는 제 이마 사이를 손으로 꾹꾹 누르다 말을 이어갔다.
“내가 예전에도 한 번 말했었지. ……난 의사지만, 죽은 사람은 못 살려. 이번에는 운이 좋았던 거지 매번 이럴 거란 보장은 없어. 넌 왜 항상! 매번! 앞뒤 생각은 하지도 않고 뛰어 드는 거야?”
“……본즈, 본즈. 그 때는 그 방법 뿐 이었어. 상황이 급했고, 그러지 않았으면 모든 대원들과 엔터프라이즈호가……모두가, 죽었을 거야.”
“……그래, 알아. 빌어먹게도. 정말 빌어먹게도 너 새끼의 그런 생각 이해된다는 거지.”
맥코이는 그렇게 말을 하면서 결국 양 손으로 제 얼굴을 감쌌다. 이 비참함, 절망감 혹은 그런 모든 응어리진 감정들이 제임스가 깨어나면 사라질 줄 알았건만. 아니, 사라지길 바랐는데. 제임스는 그런 맥코이를 진정시킬 수 있는 말이 무엇이 있을지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결국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팔을 뻗어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다시는 그러지 마라.”
맥코이는 여전히 얼굴을 감싼 채로 겨우 말했다. 그 말에 제임스는 “응.” 이라고 대답하며 계속해서 그 어깨만 토닥거렸다. 제임스는 맥코이와 제법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면서 그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보았다.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알 수도 없어서 그저 침묵했다.
-
다크니스 이후, 혈청 개발.. 관련으로 뭐.... 맥코이 뭐 있지 않았을까요..... 대충 날조... 원래 2차 창작은 날조와 아무말 대잔치라고 지인이 말해주었습니다... 그래서 마음대로 아무말해보았다.... 언젠가 2편을 쓰겠죠... 참고로 앞으로도 아무말대잔치에 주변 사람들이 둘 때문에 대환장쇼 하는 내용이 될 예정입니다 으헤헤
중간에 생도시절 커크의 듣도 보도 못한 알레르기 치료해주는 본즈는 엪디디님의 썰을 차용하여 연성한 부분입니다.
존잘님의 귀여운 썰연성 -> https://twitter.com/flying_fbb/status/7698953671270727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