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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짐본즈 / 나의 맥코이

[[]] 2016. 9. 20. 10:13

* 그냥 내멋대루 ... 나의 맥코이 호칭에 쓰러져버렸음 

* 포스타입 업데이트 후 티스토리 백업 









서로를 의심하고 배신하며 결국 힘이 모든 것을 결정짓는 세상. 강함은 결국 권력이며 모든 것의 처음인 세상. 말 그대로 힘이 전부인 세상이었다. 그리고 그런 세상에서 제임스 T 커크는 그 누구보다도 강했다. 단순 권력뿐만이 아니라 그는 모든 면에서. 그의 명령에 반론을 하거나 거부의사를 표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의 명령이기에 절대적이었다. 그런 그의 명령과 말에 유일하게 반론을 표하는 이는 세상에 딱 한 명이었다. 그래, 딱 한명. 제임스는 처음 그를 본 순간부터 그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고, 결국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었다. 제임스에게는 맥코이가, 맥코이에게는 제임스가.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의심하는 세상 속에서 두 사람만큼은 이미 다른 세상이었다. 둘은 서로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것이었고, 상대가 하는 짓에 대해 나를 위해서 한 거잖아? 당연한 거야. 라고 말할 사람들이었기에. 사람들은 제임스를 두려워했고, 그런 제임스의 곁에는 오로지 맥코이 뿐이었다.


그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 세상에서 누구를 믿는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는 소리야, 그렇지 않아? 맥코이.”


철제 난간 위에서 아슬아슬할 정도로 서 있는 제임스는 금방이라도 뒤로 넘어가버릴 것 같았지만, 맥코이는 그런 그의 행동을 그저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그래, 맞는 말이지.” 라고 말하는 그의 표정은 딱딱했다. 그 표정을 보면서 제임스는 웃었다. “근데 너는 나를 믿어?” 파란 눈이 웃으면서 맥코이에게 그렇게 물었고, 잠시 제임스를 바라보던 그가 입 끝만 올려 웃더니 입을 열었다.


“꼬맹아(kid).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정확히 말해야지. 안 그래?”

“넌 절대로 날 배신하지 않을 거야. 그렇지?”

“그렇게 말하는 네가 날 배신하는 건 아니고?”


그 말에 제임스가 웃었다. “네가 배신 안하면 나도 배신 안 해.” 그 말에 맥코이는 여전히 웃지도 않은 얼굴로 “네가 한 말, 그대로 되돌려줘야 할 것 같군. 꼬맹아.” 라고 대답했다. 난간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서있던 제임스가 바닥에 발을 내딛고 내려왔다. “오, 내 맥코이. 내가 너한테 눈이 예쁘다고 말한 적 있었던가?” 그 말에도 맥코이의 표정은 여전히 딱딱했다.


“질리도록 들었지.”

“날 위해서 눈 하나 정도는 줄 수 있지?”


제임스가 또 다시 웃었다. 맥코이가 제임스를 바라보며 입을 뗐다. “그럼 꼬맹이 너는 뭘 줄 건데. 나도 받는 게 있어야지. 안 그래?” 그 물음에 제임스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맥코이를 향해 양 팔을 활짝 벌렸다.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제임스의 눈이 맥코이와 마주쳤다. 양 팔을 벌리고 서 있던 제임스는 맥코이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 쥐고는 그 입술에 살짝 입 맞췄다. 맥코이는 여전히 딱딱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제임스를 밀어내거나 하지 않았다. 그저 한 번 더 하라는 듯, 제 입술을 손으로 두드렸다. 대신 이번에는 좀 더 길게. 입모양이 그렇게 벙긋 거렸다.


그 뒤에 제임스는 직접 맥코이의 한 쪽 눈을 직접 도려냈다. 아주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면서. 그의 눈이 들어 있는 시험관을 보면서 뭐가 그리 좋은지 웃어댔다. 그러다가도 직접 도려낸 눈을 치료하는 맥코이의 모습을 끝까지 눈에 담고, 바라봤다. 제임스의 얼굴에는 여전히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려있었다. 맥코이에게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제임스가 등 뒤에서 맥코이를 껴안으며 이제 막 치료가 된 눈을 손으로 살짝 눌러 만졌다. 그런 행동에도 맥코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제임스는 그런 그의 점이 좋았다.


킬킬거리며 웃는 소리가 바로 귓가에 맴돌았다. 제임스가 맥코이의 뒷목에 제 입술을 맞댔다가, 곧 세게 깨물어 잇자국을 냈다.


“……나의 맥코이.”


뒷목을 잘근, 잘근 씹듯이 깨물어대며 제임스가 중얼거렸다.




제임스 커크의 눈에는 항상 레너드 맥코이가 있었다. 그리고 레너드 맥코이의 옆에는 항상 제임스 커크가 있었다. 서로가 전부인 세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