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본즈] touch
2016.10.29
* 가볍게 썼습니다. / 비욘드 이후 시점
* 부스러기(?) 본즈는 루에님 / 마지막에 서로 손잡은 거에 비명 지르는 거는 노넴님 썰을 차용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시선의 높이가 바뀌어 있었다.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우선 씻기 위해 욕실로 향하기 위해 발을 뻗었을 때 레너드는 경악했다. 작아진 몸에 맞지 않는 옷이 몸에 걸렸다. 옷의 무게를 이겨낼 수 없어서, 일어나는 것 마저 힘겨웠다. 젠장. 이게 무슨 일이야. 레너드는 양 손으로 제 얼굴을 감쌌다. 빌어먹을 우주. 그 놈의 우주. 최근에 갔던 탐사 행성에서 뭔가가 있었던가? 돌아 왔을 때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는데. 레너드는 이 몸을 하고 어떻게 메디베이로 가야 할지 고민했다. 이대로 가다가나는 근무 시프트에 맞출 수 없었다.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
‘짐, 잠깐 함교가기 전에 내 쿼터로 와.’ 때 마친 도착한 메시지에 제임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레너드는 뭔가 용무가 있을 때 이렇게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차라리 본인이 찾아오면 찾아왔지. 그런데 그러는 레너드가 메시지라니. ‘왜? 무슨 일인데? 너 설마 어디 아파?’ 라고 답장을 보냈지만, 답은 바로 돌아오지 않았다. 제임스는 컵에 커피를 따르며 답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10초. 20초. 30초. 그리고 좀 더. ‘좀 비슷해.’ 라고 돌아온 답에 제임스의 머리에 물음표가 가득 생겼다. 아프면 아픈 거지, 비슷한 건 뭐야. 무슨 일이라도 있나? 제임스는 컵을 든 채로 쿼터를 나섰다.
복도를 걸으면서 마주친 대원들과 가볍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익숙하게 레너드의 쿼터 앞에 도착해서는 그대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베드 위에는 어린 아이 한 명이 앉아 있었다. 품이 너무나도 커서 마치 원피스가 되어버린 티셔츠를 입고, 소매를 접어 올리고 있던 아이는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만약 레너드랑 자신을 닮은 애가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제임스는 순간 그렇게 생각했고, 잠깐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여기 레너드 방 맞지? 위치를 확인하고는 다시 방 안을 바라봤다. 함선에 아이를 태웠던 적은 결단코 없는데. 제임스가 여전히 베드에 가만히 앉아 있는 아이를 바라보며 커피를 홀짝였다.
“……………본즈?”
“그래, 이 자식아.”
아이의 목소리에서 나온 말에 제임스는 푸핫. 하고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가 완전히 쿼터의 안으로 들어오자 문이 닫혔다. 컵을 내려놓고는 그 앞으로 가서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아서는 소매를 제대로 접어주기 시작했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아픈 거 비슷한 거라고 해서 난 무슨 일인가 했더니.”
“……나도 몰라. 자고 일어나니까 이 꼴이야.”
“음. 좀 귀엽네. 너랑 내 사이에 아들이 생기면 이런 느낌 일까?”
제임스의 말에 레너드가 그 볼을 살짝 꼬집어 당겼다. “지금 농담이 나와?” 힘 부족인지 그다지 아프지는 않았다. 볼이 잡힌 채로 제임스는 큭큭 거리며 웃었다. 얼마나 웃고 있는지 어깨가 들썩거렸다.
“이럴 때 농담해야지, 그럼 언제 해.”
“나 지금 몇 살 정도로 보이는데?”
“……흠. 많이 쳐주면 한……12살?”
“젠장. 그 정도야?”
레너드가 목소리를 높여 말하며 양 손으로 제 얼굴을 감싸며 고개를 숙였다. “……워. 혹시 어디 아픈 곳 있는 거 아니지, 본즈?” 제임스의 물음에 겨우 레너드가 고개를 들었다. 작은 손이 몸을 여기저기 주물 거렸다.
“……딱히. 육안으로 보이는 곳도 없고.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검사 해봐야 돼.”
“메디베이까지 데려다 달란 소리지?”
“………그래. 미쳐버리겠네. 당장에 옷은 어떻게 하지?”
“흠. 그냥 그대로 있지 그래? 셔츠가 완전 원피스가 됐네.”
“농담하지 말라고, 짐 커크.” 라고 말하면서 레너드가 또 다시 제임스의 볼을 꼬집었다. 뭐가 그리 좋은지 제임스는 실실거렸다.
작아진 레너드를 품에 안은 채 이동하는 내내, 모두의 시선은 두 사람에게로 향했다. 메디베이로 들어섰을 때 의료 장교들은 하나 같이 제자리에 멈춰서는 들어 온 함장과 품에 있는 자신들의 CMO를 빼다 박은 아이를 바라봤다.
“………하, 함장님, 설마……”
“………젠장! 뭐가 설마긴 설마야, 나다. 나!”
누군가 한 명이 조심스럽게 중얼거린 말에 레너드가 제 가슴팍을 작은 손으로 퍽퍽 내리치며 울분을 터트렸다. 순간 의료장교들의 시선들이 교차했다. 치프네. 치프다. 딱 봐도 치프잖아. 레너드는 제임스의 품에서 버둥거렸고, 제임스는 하하. 하고 웃었다. “본즈 그러지마, 나 커피 쏟겠어.” 작은 손이 얼굴을 감쌌다. “………제에에엔장─” 레너드가 조금 절망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탄식했다.
검사 결과 몸에 이상은 없었다. 뇌파마저도 정상이었다. 하긴 어디가 아팠으면 바로 쓰러지기라도 했겠지. 레너드는 베드에 앉은 채로 결과를 보며 발만 동동 굴렀다. 제임스는 함교로 돌아가 봐야 해서 자리에 없었다. 아마 검사 결과는 다른 의료장교가 전달해줬을 것 이다. 이대로 못 돌아가면 어쩌지. 괜히 드는 불안한 생각에 레너드는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고뇌에 빠졌다.
“치프, 코코아 드실래요?”
“………너네 내가 애가 됐다고 애 취급을 하냐?”
“그야, 애 맞잖아요. 지금은. 술 드실 수는 없잖아요.”
그 말에 레너드는 끄응. 하고 앓는 것 같은 소리를 냈다. 팔짱을 낀 채로 다리를 동동 거렸다. 조금 잠이 오는 것도 같았다. 너무 평소처럼 일어났어. 레너드는 제 머리를 쥐어뜯을 것 마냥 잡으며 고개를 숙였다.
“배 안고프세요? 뭐라도 가져다 드려요?”
“……아니, 아니. 됐다니까. 됐어, 괜찮아. 괜찮아. 다들 할 일 해. ……그보다 짐은 뭐래?”
“아. 쉬는 게 좋겠다고 하시던데요. 쿼터로 돌아가실래요?”
“아냐, 됐어. 그냥 여기 있을래.”
레너드가 손을 휘휘 내젓고는 그대로 베드에 벌렁 누웠다. 눈을 느릿하게 깜빡거렸다. 잠이 쏟아졌다. 몸을 옆으로 돌렸다. 혹시 짐이 오거든 깨워줘. 그렇게 말한 것 같았다. 누군가 대답했고, 레너드는 눈을 감았다.
메디베이에 제임스가 들어오자마자 누군가 잠들어 있는 레너드에게 다가가서 깨우려 했고, 제임스는 그를 제지했다. “그냥 자게 둬.” 그 말에 결국 그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할 일을 했다. 제임스는 베드 앞으로 가서는 가만히 잠든 레너드를 바라봤다. 어린애 모습이라니 확실히 다르게 느껴지네. 살짝 웅크린 몸이 너무나도 작았다. 손도 작고, 발도 작았다. 전부, 작았다. 아, 이대로 원래의 본즈로 못 돌아오면 어떻게 되는 거지. 내가 키워야 하는 건가? 제임스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레너드를 가만히 바라봤다. 만약, 원래 몸으로 돌아오면 실컷 안아주고, 손도 잡아줘야지.
그리고 한 3일이 지난 후에야 레너드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원인은 여전히 불명이었다. 어떻게 어린애가 되었는지 모르니, 어떻게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는지도 몰랐다. 레너드는 원래의 제 몸으로 돌아오고 난 뒤 못했던 일들을 몰아서 처리해야만 했다. 3일 정도 밖에 되지 않았는데 자신이 승인 하고, 보고해야 할 일들이 제법 꽤 많이 남아 있었다. 몇 가지의 일은 제 선에서 해결이 되는 것들이었고, 몇 가지의 일은 함장의 승인이 필요했다. 가뜩이나 돌아오자마자 일에 치여 제대로 얼굴을 본 것은 몸이 돌아온 그 순간 정도였다. 농담을 던지며 장난을 쳤던 것과 달리 제법 걱정을 했었는지, 돌아 온 몸을 보며 제임스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레너드는 내역들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체크하고, 함교로 걸음을 옮겼다.
“……함교로 들어가도 됩니까? 함장님.”
“아. 본즈. 뭘 그런 걸 물어보고 그래.”
제임스의 말에 레너드가 어깨를 으쓱이며 웃고는 “그냥, 가끔은 괜찮지 않냐.” 라고 대답하면서 패드를 넘겼다. “확인하고 승인 해줘.” 제임스가 시선을 패드로 옮겼다. 함장 석에 앉은 채로 하나씩 확인을 해가면서 잘 모르겠는 부분에 대해서는 손으로 집어가며 물어봤다. 레너드가 살짝 몸을 숙여 내역을 확인하고는 설명했다. 음. 그렇군. 제임스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 거렸다. 패드를 보던 눈이 슬쩍 레너드의 눈을 바라봤다. 같이 패드를 따라 읽던 레너드는 그 시선을 느끼고는 저를 바라보는 제임스의 눈을 마주하고는 입모양으로만 왜? 라고 물었지만 제임스는 대답 대신 그저 웃을 뿐 이었다.
어느 새 제임스가 먼저였는지, 레너드가 먼저였는지는 몰라도 서로의 손을 잡은 채로 주물거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레너드가 헉! 하고 거의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지르며 급하게 뒤로 두어 걸음 물러났다. 그 외침에 제임스도 덩달아 놀라서는 같이 비명을 질렀다. 함교에 있었던 대원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그들을 향했다.
“뭐, 뭐야. 왜 놀라 본즈, 나도 놀랐잖아.”
“……아, 아니, 그냥 갑자기 손잡고 있는 거 보니까 나도 모르게 놀라서. 내가 먼저 잡았나?”
“……손잡은 거 가지고 왜 그렇게 놀라? 왜 3일 만에 잡은 애인의 손길이 그렇게 좋았어?”
“……아주 또 놀려 먹는다. 빨리 승인 해줘, 돌아가서 해야 할 일 있어.”
레너드가 헛기침을 하며 다시 조금 앞으로 다가왔다. 그 행동에 제임스가 큭큭 거리며 소리 죽여 웃었다. 레너드의 귀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