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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엔이 웨슬리 스카웃 하는 거 실패해서 하랑한테 짜증부리는 단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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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2. 22. 01:14
…그래서 저희와 함께 해주셨으면 합니다. 제법 단정한 생김새에 예의를 잔뜩 차린 말투. 웨슬리 슬로언은 제 눈앞에 있는 동양의 남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나는 연합도, 회사도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네만. 그럼, 이대로 전쟁이 일어나는 건 괜찮으십니까. 예의를 차린 것 같지만, 묘하게 아닌 거 같은 말투. 웨슬리가 잠깐 표정을 찡그렸다. 그 말은 마치 내가 자네들과 손을 잡으면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것 처럼 들리는 군.
“미안하네만, 나는.”
그 누구의 손도 잡지 않아. 웨슬리는 그렇게 말하며 저를 향해 남자, 아니 티엔 정이 내밀었던 서류를 다시 티엔 쪽으로 밀어넣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나는 속을 알 수 없는 친구의 말은 믿지 못한다네. 티엔 정. 코트를 다시 챙겨 입으며 웨슬리는 여전히 자리에 굳어 버린 것 마냥 앉아 있는 티엔을 바라봤다. 티엔의 시선은 여전히 웨슬리를 향해 있었다. 웨슬리가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그렇게 나와 함께 하고 싶다면, 이제는 자네들이 내 흥미를 끌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구만. 뭐, 우선 나 말고 다른 사람은 어떠한가. 스타이거라고 엄청 재미없는 친구 하나 있어.”
“……함께 해주십시오.”
“말했지 않은가.”
티엔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웨슬리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변함 없는 그의 무표정에 오히려 무너진 것은 티엔 쪽 이었다. 티엔이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겨서는 웨슬리의 바로 앞까지 다가오려 하자 웨슬리가 팔을 뻗었다. 거기까지. 자네 더 접근하면, 여기 녀석들이 얌전히 있지 않을걸세. 웨슬리의 말에 티엔은 주변을 돌아봤다. 비슷한 차림새의 남자 몇명이 자리 한쪽에 자리 잡으며 티엔을 응시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입니까. 티엔의 물음에 웨슬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푸스스 웃고는 괜찮다 했는데 말이야.
“아, 그래. 빅터 하스 군은 어떤가. 군은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할 거거든. 물론 본인은 필요 없다고 하겠지만.”
웨슬리는 그렇게 말하면서 완전히 등을 돌리며 팔을 흔들었다. 잘 가게, 티엔 정.
내가 실패할 줄 알았다니까. 하랑이 사과를 한 입 베어 먹으며 킬킬 거렸다. ……하랑. 하랑의 조롱에 티엔이 잔뜩 인상을 구겨썼다. 그치만 그 영감님, 애초에 실패할 거라고 사부도 예상하고 있던 거 아니었어? 하랑의 질문에 티엔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음엔 내가 가서 만나볼까? 하랑이 티엔의 앞에 서서는 팔짱을 낀 채로 어깨를 으쓱 거렸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 티엔의 말에 하랑이 잔뜩 인상을 구겨썼다. 뭐야, 그거. 이몸을 엄청 무시하는 발언이네.
“깐죽거리지마. 짜증나니까.”
“와. 본래 성격 나온다.”
“하-아-랑.”
티엔이 그대로 하랑의 머리통을 콱 잡았다. 자, 잘못했습니다. 하랑이 티엔의 눈치를 보면서 즉각 대답했다. 귀여운 제자를 패시려고? 먼저 질문한 하랑이 곧 깨닫고는 입을 다물었다. 하. 하. 하.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듯, 기계적인 웃음소리를 내고서는 하랑이 중얼거렸다.
“사부라면 진짜 하지.”
“잘 아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