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에이단] 1
*AU.... 중세 느낌으로해서 에이든이 늑대인간 인걸 풀고 싶어서.. 그만..... ... 아직 그런.. 그런 걸 풀지도 못했지만.... 나중에 2로 이어..이어집니다.. (머쓱)
에이든 헤인즈와 그 여자는 우연히 그 자리에서 만났다. 마치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조용히, 그리고 구석에서 답답하게 목 까지 꽉 잠근 드레스를 입고 있던 여자를. 그녀는 무심한 눈을 하고 있었고, 사람들에게는 눈길하나 주지 않았다.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사람들의 사이에 있었으나, 사이에 없는 것과도 같았다. 그녀는 홀로 동 떨어져 있었다. 마친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세계에 있는 것처럼. 죽은 사람이 산 사람들의 사이에 있는 것과도 같았다. 에이든은 그런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무신경한 눈동자가 곧 에이든과 마주쳤다. 곧 그녀가 숨을 크게 삼키는 가 싶더니 황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있는 줄 몰랐던 것처럼. 그녀는 힐끔 거리면서 에이든을 몇 번 쳐다보는 것 같았지만, 또 금방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러더니 곧 자리에서 일어나 연회장을 빠져나갔다. 다급하게, 빠르게 걸어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에이든도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에이든 경.” 누군가 뒤에서 저를 불렀지만, 에이든은 그저 가만히 손을 올리고는 잠시 나갔다 오겠다고 대답했을 뿐 이었다. 그녀의 뒤를 따라 나왔을 때, 그녀는 수많은 계단을 빠르게 내려가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에서 도망치듯이. 에이든은 성큼, 성큼 걸음을 옮겨 그녀를 따라 잡았다. 그녀의 팔을 붙잡자, 곧 그녀가 획 몸을 돌리고는 당혹감이 서린 눈으로 에이든을 바라봤다. 짙은 색의 눈동자는 흔들리고 있었다. 처음 봤던 무심한, 무신경한 표정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내가 누군지 아나.”
“……이 마을에서 당신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여자 치고는 제법 낮은 목소리였지만, 돌아온 대답에 에이든은 그저 클클하고 웃었을 뿐 이었다. “그것도 그렇군.” 에이든이 별 감흥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난 자네를 처음 봐. 한 번도 사교장에는 나온 적이 없는 거 같군.” 에이든의 말에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시선을 내리고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 “……팔 부터 놔주세요.” 라고 대답했을 뿐 이었다. 에이든은 아주 잠깐 동안 아무런 말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공기를 크게 들이 마시고는 에이든은 여전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마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처럼 꿰뚫어 보는 눈으로.
“…여자가 아니로군.”
에이든의 말에 그녀, 아니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곧, 에이든이 그의 팔을 놔주었다. 그는 말없이 에이든을 바라보다 곧 몸을 돌려서는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려 했다. 물론 곧 등 뒤에서 에이든의 목소리에 다시 몸을 돌려야 했지만.
“이름이 뭐지.”
“……영.”
자신을 ‘영’이라고 소개한 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등을 획 돌려 걸어 가버렸다. 에이든은 그런 뒷모습을 한참을 바라보다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야만 했다.
그 위태로운 발걸음이, 아니 위태로워 보이는 뒷모습이 좀처럼 잊혀 지질 않았다. 풀리지 않은 의문점 중 가장 궁금한 것은 왜 그런 모습을 하고 왔을까 이었다. 어째서. 여자의 모습으로. 드레스를 입고 아무것도 관심 없고, 재미없다는 표정으로 앉아 있었던 것 일까. 자신의 관심을 받기 위해서? 에이든은 가만히 의자에 앉은 채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에이든은 '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재봉사가 자신의 영지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언제부터, 이 마을에 왔던 것인지는 몰라도. 그의 가게를 아는 사람들은 그가 시골에서 올라왔다고 소개했다고 했다. 조금 어둡고 후미진 골목거리에 자리 잡은 가게는 아담했고, 누추했지만 제법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 종소리가 울리자, 곧 안쪽 방에서 깔끔하게 옷을 차려 입은 젊은 청년이 나왔다. 청년, 아니 영은 가게를 찾아온 에이든을 보고 조금 놀란 듯 한 표정을 짓더니 곧 고개를 숙여 시선을 피한 채로 입을 열었다.
“무슨 일로 오셨죠.”
“너를 보러.”
에이든의 대답에 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왜 그때, 여자인 척 하고 왔지?” 곧 에이든이 덧붙인 질문에 영은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고 에이든을 바라봤다. 가장 처음에 봤던, 그 무심한 그리고 모든 것을 놓은 듯한 눈동자로. “……누군가를 좀 찾고 있어요. 나랑 비슷하게 생긴 여자를요.” 영의 말에 에이든이 팔짱을 끼고는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인 채로 영을 바라봤다. “……내 누이에요. 이곳에 와서 실종됐죠.” 영의 말에 에이든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20대 여자 한 명이 소리 소문도 없이 실종 됐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가 있었다. “그런 건 경관들에게 맡기게.” 에이든의 말에 영이 하하. 하게 낮게 소리를 내며 웃었다. “……다들 포기하라더군요.” 영의 말에 에이든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리려던 것을 가까스로 의식하여 멈추고는 가만히 영을 바라봤다.
“어제 그곳에 간 건, 누이는 사교 파티를 좋아했거든요. 아마 나랑은 달리 생기 넘쳤을 거예요.”
영은 그렇게 툭 대답하고는 더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그건 에이든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두 사람 사이에서는 긴 침묵만이 이어졌다. 침묵 속에서 영이 먼저 “따로 주문하실 거 없으시면, 가주세요.” 라고 입을 열었을 뿐 이었고 영의 말에 에이든은 잠시 영을 바라보던가 싶더니 곧 대답했다.
“새 옷을 하나 맞추고 싶군.”
그 말에 영이 고개를 들었다. “……전문 재봉사가 있으실 텐데요.” 영의 말에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결국 영은 고개를 숙이고는 시선을 회피한 채로 제 턱을 문지르다 “치수를 잴 테니, 따라오세요.” 라고만 대답했다. 에이든은 말없이 뒤를 따랐다.
영은 말없이 에이든의 치수를 재기 시작했고, 그 숫자들을 하나하나 기록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별 대화를 하지 않았고, 침묵은 길어져만 갔다. “……원하시는 게 있으면 이야기 해주세요.” 영의 말에 에이든은 그저 어깨를 으쓱이고는 다시 제 겉옷을 입으며 대답했다.
“자네 마음대로 해도 좋아.”
영은 그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에이든은 그 말을 끝으로 가게를 나갔고, 영은 에이든이 나감과 동시에 간이 의자에 앉아서는 깊은 한 숨을 토했을 뿐 이었다.
천을 자르는 소리가 이어지고, 손님이 왔다는 종소리가 울렸다. 영은 가만히 천 가위를 내려놓고는 어서 오세요 라는 말과 함께 고개를 들었고, 그 앞에는 에이든이 있었다. 그가 방문하고 난 뒤 고작 이틀 뒤였다. 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를 가만히 바라보다 다시 천 가위를 집어 들었다. 에이든은 가게를 가만히 둘러보다, 그런 영을 보고는 근처에 있던 의자에 앉았다.
“……왜 오셨죠.”
“글쎄, 근처를 지나가는 중 이었지.”
에이든의 말에 영은 더 대답하지 않았다. 침묵 속에서 천을 자르는, 가르는 소리만이 이어졌다. 그런 침묵 속에서 먼저 입을 연 건 에이든 쪽 이었다.
“……누이와 사이는 좋았나.”
“……그냥 평범했어요.”
영의 말에 에이든은 입을 다물었다. 영은 말없이 계속 제단을 이어갔다. 긴 침묵이 이어졌고, 곧 에이든이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에 또 오지.” 에이든의 말에 영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옷이 만들어지려면, 시간이 더 걸려요. 그렇게 찾아오실 필요는…….” 영의 말에 에이든은 문을 열고 나가면서 대답했다.
“내가 오고 싶어서 오는 거야.”
그 대답과 함께 에이든은 가게를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