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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충] 페르님 리퀘

[[]] 2014. 7. 17. 20:49
* 쌍충님을 위한 소재는 '공터, 따스함', 중심 대사는 '그 순간마저도 행복했었어.' 입니다. 덧없는 분위기로 연성하세요. http://t.co/T13BOzNm2c
* 주제와는 산으로 가는..걸...
* 모바일 연성 주의 오타 주의 맞춤법 에러 주의... 아...아.....





히카르도 바레타에게 있어서 까미유 데샹이란 어떤 남자 였는가에 대해 말하자면 아마 그의 전부라고 표현할 수 있었다. 까미유는 히카르도의 텅 빈 공허함을 하나하나 잠식해갔고, 결국 지배에 가까운 잠식에 성공했다. 스스로도 까미유가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자신을 얼마나 잠식하고 있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지만 히카르도는 그것을 뿌리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못한 것일지도. 그리고 두 사람이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을 때도 히카르도는 그의 뒤를 쫓았다. 자신의 뒤를 쫓아오는 히카르도에게 냉랭했다. 냉랭한 말투, 목소리, 표정. 검은 선글라스 뒤의 눈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차갑게 식은 눈동자만이 히카르도를 내려다보고 있었을 뿐.

히카르도는 그 차갑게 식은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다 고개를 숙였다. 더 이상 시선을 마주하지 못하고 그는 제 이마른 손바닥으로 덮어 누르며 얕게 신음에 가까운 소리를 내뱉었다. 차가운 눈동자가 자신에게서 고개를 돌리는 것이 느껴졌다. 또 다시 눈 앞에서 자신을 외면하고, 그렇게 떠나버리고 마는. 까미유가 작게 웃는 소리가 났다.

"날 믿었어?"

까미유의 말에 히카르도가 다시 고개를 들고 그 두 눈을 바라보았다. 입은 웃고 있지만 눈동자는 처음과 똑같았다. 가장 처음 자신을 버렸을 때의. 히카르도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굳은 표정으로 까미유를 바라보았을 뿐.

"내가 널 배신할 거라는 거, 알고 있었어?"

그는 별 거 아니라는 듯, 제법 심드렁하게 느껴지는 목소리로 질문하며 제 뒷 목을 주물렀다. 그런 까미유의 행동에 히카르도는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히카르도. 그가 낮은 목소리로 히카르도를 부르자 곧 히카르도는 그저 살짝 인상을 썼다가 곧 그래. 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대답하고는 잠시 숨을 삼키는가 싶더니 어쩌면, 이라고. 덧붙인 히카르도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만약 다시 만나게 되면, 그러니까 그가 다시 만나준다면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는데. 왜 나를 배신했나. 아니, 왜 나를버렸나. 그런 것들. 깨닫고 주위를 둘러보니 히카르도 바레타에게 남은 것은 오로지 까미유 데샹 한 사람 뿐 이었다. 아직도 히카르도에게는 까미유 데샹 뿐 이었던 것 이다. 그를 너무 믿지마. 누군가가 자신에게 충고로 남겼던 말이 떠올랐다. 그 말은 진심으로 해주는 충고였다. 그가 걱정되어 해주는 충고. 히카르도는 그 충고에 필요없는 걱정이라며 그 말을 가볍게 씹어 넘겼었다. 하지만 다시 만난 까미유는 여전히 변한 것이 없었고, 자신을 바라보는 눈은 예전처럼 느껴지지도 않았다. 아니,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알고 있었는데.

지금 이 순간 마저도 어쩌면 히카르도 바레타에게 있어서 행복하다는 것 또한 사실이기에.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다시 또 까미유 데샹은 히카르도의 만나고 싶다는 말에 묵묵부답이었다. 또 다시 언제 만날 수 있는 것인지 그것은 알 수 없는 일 이었다. 어쩌면, 저번의 그 만남이 마지막일 수도 있는 것 이었다. 히카르도는 그저 제 이마를 손으로 꾹 누른 채로 얕게 한숨을 내뱉었다. 자신의 손 안에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히카르도는 얼마전에 만났던 까미유를 다시 떠올렸다. 차갑게 식은 눈동자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전부 해봐. 라고 말해왔다. 단지 그 뿐 이었다. 단지 그 뿐. 그리고 자신은 그 순간 마저도 괜찮았다며, 일종의 안도를, 행복을 느꼈을 뿐 이었다.

이마를 누르던 제 손을 내리고, 히카르도는 이미 많이 변질되어버린 제 팔을 가만히 내려다보다 곧 주먹을 꽉 쥐었다.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았다. 모든 것은 그대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