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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탄AU] 1

[[]] 2014. 9. 10. 05:05

* 헉 의도한 건 아닌데 연재가 될 거 같은 느낌이 나닛..

* 그냥 처음엔 보탄AU로 핵직구 날리는 최단영이 쓰고 싶었던 것도 있고.. ㅈ ㅔ가 미야헬만을 좀 아껴서 .. 이게 바로 남 커플과 제 커플을 동시에 덕질할 수 있는건가..

* 쓰다보니 미야마는 이번에 언급만 되어버린..아앝.. 죄송합니다..








최 단영은 어떻게 보면 다소 냉정하다고 할 수 있는 편 이었다. 케테르 사람이 아니라면 다른 일반인들은 어찌 되도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딱히 케테르라고 해도 모든 케테르의 사람들에게 상냥한 것 또한 아니었다. 그가 마딤에게서 버려진 패를 거뒀다는 이야기는 케테르 사이에서도 어느 정도 퍼져나갔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그 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알 수 없었고, 그가 마딤에게 버려진 패가 맞는지 조차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그래서 모두들 사실은 거짓말이 아닌가 했다. 물론, 그것은 사실이었고 단영과 제법 가까운 사이의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사내는 케테르에 의탁하게 되면서 이름과 모든 신분을 바꿔야만 했다. 원래 가지고 있던 [헤르만 베버] 라는 이름은 이제 더 이상 없는 사람이 되었고, 영영 돌아갈 수 없는 이름이 되어버린 것 이었다. 사내는 아직도 자신이 이곳에 의탁하기로 한 것이 잘 한 결정인지 고민이 되었지만, 그래도 그냥 개죽음보다는 좋다고는 생각하고 있었다. 사내가 가장 자신 있는 마법을 더욱더 활용할 수 있었으니까. 사내는 항상 생각했다. 아마 최초의 케테르와 마딤의 싸움은 자신과 단영과 같았을 것 이다. 하지만 그 싸움으로 인한 대립은 언제부터인가 무너졌고, 영영 본질을 잃어버려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파국에 치닫게 된 것 일지도.

그리고 자신은 그 결과로 인해 버림받았다. 마딤으로 다시는 돌아갈 생각도 없고, 돌아갈 수도, 방법도 없었다. 남자는 이제 더 이상 마딤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는 케테르인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레이인가? 그 질문에 대한 대답 역시 아니었다. 남자는 이 도시에서 가장 이질적인 존재나 마찬가지였다. 마딤이라고 부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온전한 케테르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레이라고 볼 수도 없다. 친 케테르라고 한다면 그건 맞지만, 그렇다고 마딤에 소속되어 있는 이들에게 악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악감정이 있다면 그래, 마딤의 윗 대가리들에게 였다. 하지만 남자는 케테르의 사람이 되었다. 정확하게는 케테르의 밑에서 그들의 보호를 받고 다시 살아갈 기회를 얻은 것 이었다.

남자는 그렇게 되었음에,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렇다고 안타까움이 든다던지 후회를 한다는 건 아니었다. 단,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을 뿐 이었다.

단순하게 만들었지만 제법 맛이 좋은 핫도그를 베어 물면서 남자는 한 남자와 같이 길 모퉁이에 서 있었다. 두 사람은 별 말 없이 모퉁이에 핫도그만 씹은 채로 서 있었고, 그저 침묵만이 이어졌다. 먼저 말을 연 것은 더 이상 헤르만 베버라고 불리지 않는 남자였다.

“형씨. 단 둘이 몇 번 정찰도 나오고 그랬지만, 매번 물어보지 못한 궁금증이 있는데 말이야. 물어봐도 되나?”
“뭔데, 기자양반.”
“거 기자양반이라고 그만 부르쇼. 나 이제 기자 짓도 못하는 구만. 아아. 그 너희 눈 말이야. CCTV. 왜 직접 움직이질 않는 거야?”

직접 움직이는 걸 몇 번 못 본 것 같아서. 남자는 그렇게 덧붙였다. 헤르만의 질문을 받은 남자는 헤르만 보다는 조금 더 나이가 있어 보이는 사내였고, 그는 그저 하하. 하고 웃으면서 손으로 턱을 가볍게 쓸었다. 너희들한테는 CCTV로 불렸던 모양이지? 남자의 말에 헤르만도 덩달아 웃었을 뿐 이었다. 잘 어울리잖아, 왜 그래. 딱 이구만. 그렇게 덧붙이면서.

“뭐. 조금 핸디캡이 많아. 공격 마법 사용을 못하는 것도 있고.”
“어엉?”
“거기 보면 그래서 철통 보안이잖아. 그 안이.”
“아. 시커먼 녀석들 많긴 했지.”
“혼자 남을 경우 데미지가 들어가는 공격을 거의 못 하거든.”

뭐 그래도 녀석의 구속 마법은 다소 와일드하지. 당해봤다면서? 남자, 아니 에이든이 헤르만의 옆구리를 팔로 툭툭 치면서 중얼거렸다. 에이든의 그 행동에 헤르만은 예전의 일이 생각이 나서 아아. 하고 짧게 탄식의 소리를 내고는 작게 소리 내 웃더니 곧 활짝 웃으면서 대답했다.

“댁 애인 성질 무지 더러워.”
“어어. 나도 알아. 그래도 그 애인 앞에서 험담은 참아주라.”

에이든은 그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대답했고, 그런 대답에 헤르만은 킬킬 거리며 웃었다. 에이든이 다 먹고 남은 핫도그의 포장지를 손 안에서 짓뭉갰다. 형씨, 그럼 나도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되나? 에이든의 말에 헤르만의 시선이 저절로 에이든을 향해 돌아갔다.

“……후회는 안해?”
“뭐를?”
“케테르에 의탁하게 된 것. 형씨의 이름을 버리게 된 것, 뭐 여러 가지들 말이야.”
“뭐. 후회해 봤자 이지 않나. 이미 손잡아 버렸는데.”

헤르만은 그렇게 말하면서 제 머리를 벅벅 긁어댔다. 에이든의 표정은 아까부터 뭔가 찜찜해 보이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다소 가라앉은 듯한 분위기에 헤르만이 별 거 아닌 휘파람을 휘익 하고 한 번 불더니 형씨 싸우기라도 했어? 라고 툭 말을 내뱉었지만 에이든은 그저 고개만 절레절레 저었을 뿐 이었다. 싸우진 않았지. 평소와 달리 낮게 깔린 목소리에 헤르만은 그럼? 하고 허공을 바라보며 다시 반문했다.

“……영은 케테르의 눈이 된 걸 후회한다고 말한 적이 있었어. 그냥, 자네도 어떻게 보면 영이랑 비슷한 처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해본 질문이었다.”
“그 형씨도 그런 이야기를 해?”

의외네. 헤르만은 그렇게 덧붙이며 다시 휘파람을 한 번 더 불었다. 에이든은 하하. 하고 그저 작게 너털웃음을 터뜨렸을 뿐 이었다. 단지 그 뿐이었다. 두 사람이 주변을 감시 하고나서 서의 앞에 도착했을 때는 다소 생소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제법 나이 들어 보이는 여자가 검은 양복 무리의 남자에 의해 서 앞까지 끌려 나가고 있는 것 이었다. 여자는 계속 뭐라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짜증과 울분이 잔뜩 섞인 목소리로 소리치고 있었고, 서의 바로 안쪽에서는 익숙한 모습의 사람이 한 쪽 볼을 손바닥으로 감싸 쥔 채 차갑게 식은 표정으로 밖을 쳐다보고 있을 뿐 이었다. 에이든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다가, 그저 눈을 몇 번 깜박이다 입모양만 벙긋거렸다. 영. 이라고.

헤르만은 그 모습을 포착했고, 에이든의 표정만 봐서 대충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에이든이 별 말 없이 성큼성큼 걸어서 서의 안으로 들어갔고, 영은 애써 에이든의 시선을 회피하려 했다. ……왔어요. 라고 낮게 말하는 목소리가 평소와는 확실히 다르게 느껴져서 헤르만도 그저 말없이 어깨만 으쓱거렸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별 일 없었어.”
“별 일 없었는데, 뺨을 맞아?”

에이든이 제 볼을 감싸 쥐고 있는 영의 손목을 억지로 잡아당겼다. 영은 그런 에이든의 행동에 볼을 감싼 채로 그대로 버텼고, 바로 에이든을 올려다봤을 뿐 이었다. 헤르만은 그 광경을 보면서 휘파람을 부르면서 박수 쳤을 뿐 이었고, 서의 사람들은 그저 당혹스러워 했을 뿐 이었다. 난 그냥, ……사실대로 이야기했을 뿐이에요. 영의 말에 에이든은 그저 말없이 그런 영을 바라보다 잡았던 손목을 놔주고는 푸. 하고 길게 한숨을 토해냈다.

“……넌 선의의 거짓말을 할 줄 좀 알아야 해.”
“괜히 헛된 희망을 주는 것 보단, 진실 된 이야기를 해줄 때가 훨씬 나을 때도 있는 법이죠. 난 당신 같이 사람 좋은 성격 못돼.”

단영은 그렇게 속사포 마냥 말을 뱉어내면서 제 볼을 슥슥 문지르고는 손을 내렸다. 난 눈 상태 보러 가야 돼요. 영이 그렇게 말하고는 제 외투를 집어 들었다. 오라고 해. 에이든이 표정을 굳인 채로,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미야마보고 여길 오라고 그러라고요?”
“아. 뭐야. 그 선생한테 가는 거였나. 스위프트가 아니라?”

에이든은 그렇게 말하면서 그저 제 턱을 가볍게 쓸었다. 곧 단영이 헤르만을 바라보다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저 양반이 괜찮다고 하면 부르고. 저를 향한 그 말에 헤르만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 된 채로 영을 바라보며 뭐냐고 물었지만 영은 그저 어깻짓만 했을 뿐 이었다.

“아, 대체 뭔데. 그 선생 오는 거랑 나랑 뭔 상관관계인데?”
“신경 쓰이는 거 아니었어요?”
“……뭐?”
“매일, 매일 그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으면서.”

헤르만 베버에게는 신경 쓰이던 게 있었다. 아니, 신경 쓰이던 사람이 있었다. 헤르만은 정곡이라도 찔린 양 잠시, 으음. 하고 주춤하는가 싶더니 곧 눈을 가늘게 뜨며 단영을 바라봤을 뿐 이었다. 단영은 헤르만의 그 시선을 마주하다가 곧 눈을 감고는 제 이마를 손바닥으로 꾹 눌러댔다. 근처에 있던 의자를 겨우 끌어와 앉고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댔다.

“……아 거참. 상태도 안 좋은데 그렇게 쳐다보지 마요.”
“쉬어야 될 때인 거 아냐?”

그렇게 말하는 에이든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단영은 겨우 눈을 뜨고는 에이든을 올려다보고는 ……표정이 계속 굳어있네. 너 같으면, 애인이 뺨을 얻어맞고, 상태까지 안 좋은 걸 알았는데 안 굳겠어? 얻어맞을 만 했다고 할 땐 언제고. 그렇게 까지 이야기는 안했어. 또 다시 말싸움 같은 것이 이어졌고 헤르만은 그저 그 광경을 바라보다 몇 번 어깻짓을 하며 툭 말을 내뱉었다.

“그 선생, 부르든지 말든지.”

……나랑은 별로 상관없어. 라고 툭 말을 내뱉은 헤르만은 서의 가장 안쪽 방으로 걸어 들어가 버렸다. 아마 미야마가 와서, 갈 때까지 그는 저 방에서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단영은 저도 모르게 생각했다. 에이든은 이미 전화를 하고 있었고, 영은 그저 의자에 등을 기댄 채로 눈을 감고는 생각했을 뿐 이었다. 선생이 오면 말을 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