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저를 믿지 못하여 이렇게 수량조사를 하게되었읍니다 여러분 부디 불쌍한 원고러 한명을 구한다 생각하시옵고 아래의 사양들을 확인하신 후 구매 의사가 있으신 분들께선 덧글 하나씩만 부탁드립니다.
- A5, 칼라표지, 마틴 중심으로 티엔마틴 성향, 47P(본내용은 약 44페이지), 제본, 가격 6천원
- 수량조사 11월 22일까지
- 본 회지는 성인본 이므로 1인당 1권씩만 구입이 가능하십니다. 구입하실 때 신분증 검사와 함께 신분증을 확인하고 판매했다는 사인을 받을 예정이므로 이 부분 오해나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 사망엔딩에서 -> 행방불명 엔딩으로 처리되었습니다. 약간의 오픈엔딩? 결말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소년은 세상의 모든 사람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것은 과장된 것이 아니며, 너무나도 확실한 현실이며 사실이었다. 소년은 처음에는 이 모든 것들이 다른 사람들도 들린다고 생각했었다. 아주 잠깐의 시간동안. 소년은 그렇게 생각했었다. 모든 사람들은 이런 소리들을 들을 수 있다. 모두 자신과 같다. 하지만 그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소년의 잘못된 생각이었다. 사람들은 그런 소리를 들을 수도 없었고, 그런 소년을 이해하지도 못했다.
소년은 그 많은 소리 속에서 살면서 자신이 미치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며 스스로를 자조했다. 사람들은 그에게 모두 친절하게 굴었지만, 그 친절함은 그저 겉으로 보이는 모양새일 뿐. 잘 포장된 모습에 불과할 뿐 이었다. 속 알맹이를 감추기 위해서 사람은 그런 식의 포장하기를 반복한다. 적어도 그에게는 그랬다. 진실을 들을 수 있는 그에게는 그러했다. 사실 남의 생각 같은 건 별로 듣고 싶지도 않은데. 겉으로 말하는 것과 사람의 속내는 매우 다른 것 이어서 소년은 나이를 먹어갈 수록 그것에 깊은 환멸감과 같은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소년은 남의 생각을 읽는 능력 같은 건 갖고 싶지도 않았다. 그가 동경을 품은 능력은 다른 것 이었고, 소년은 그런 능력들이 더욱 멋지다고 생각했을 뿐 이었다. 자신의 능력은 그저 자신을 갉아먹을 뿐 이다. 사람에 대해서 보여주고, 사람의 진실을 보여주어 스스로를 갉아먹는. 소년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한 사람을 만나면서 그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는 더 소년이 아닌 청년은 그에게 인정받고 싶었더랬다.
그리고 청년은 어느 날 그에게서 한 남자를 소개 받았다. 검은 머리에 검은 눈을 하고 있는 동양인 남자. 무심하면서도 뚱해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는 그의 소개에도 그저 과묵하게 침묵을 지켰을 뿐 이었다. 하하하. 하고 호탕하게 웃는 목소리. 남자가 동양인을 소개했다. 티엔 정. 미스터 정 이라고 부르면 될 거라고. 티엔은 그 특유의 검은 눈을 몇 번 느리게 깜빡이다 고개만 슬쩍 숙여 메마른 인사를 했다. 청년은 최대한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지금까지 수십 번, 수 년 동안 지어 온 웃음이었으니 누구보다도 자신 있었다.
“마틴이예요. 마틴 챌피.” 악수를 하기 위해서 마틴 쪽이 먼저 손을 내밀었고, 티엔은 무심한 눈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다 손을 맞잡았다. 청년은 분명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분명 그럴 터였다. 살아오면서 들리지 않는 소리는 없었고, 들리지 않는 진실은 없었다. 티엔과 손을 맞잡고, 악수하고 다시 눈을 마주쳤을 때 청년은 이 남자가 다른 이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빨리 눈치 채고야 말았다.
브루스가 자리를 비웠다. 두 사람만이 남았고, 맞잡았던 손은 이미 진즉에 떨어져 있었다. 마틴은 저도 모르게 티엔을 올려다보며 그 표정을 살폈지만, 티엔의 표정은 처음과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곧 그가 묵직한 입을 열었다. “소용없다.” 마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것만 같은 그런 말이었다. 모든 진실을 들을 수 있던 청년은 그 한 남자의 진실만큼은 듣지 못했다. 아니, 들을 수 없었다.
티엔 정은 누구보다도 빨리 브루스와 재단의 신뢰를 받았고,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완벽주의자. 어떤 것에도 허점이 보이지 않는 남자. 그와 동시에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종잡을 수 없는 남자. 마틴이 보고 있는 티엔 정이라는 남자는 이런 이미지였다. 마틴은 몇 번이고 티엔의 생각을 읽어보려 했지만, 그 어떤 것도 그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실패할 때 마다 그는 같은 말을 반복하고는 했다.
“소용없다.”
라고. 그 무심한 표정과 말투와 목소리로 그는 그렇게 대답했다. 항상 같은 표정을 한 채로 티엔은 마틴을 내려다보았고, 그럴 때마다 마틴은 어딘가 분하면서도 알 수 없는 묘한 후련함 같은 것을 느끼며 티엔을 바라보았을 뿐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