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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충] 케이론님 생일축하 기념 글

[[]] 2014. 12. 8. 00:21

- 케이론님 생일 축하로 드리기로 했던 쌍충글을.......이제서야........ 심지어 짧... ㅈ짧습... 으읍...으읍.. 케롱님이 리퀘하셨던 상황하고도 매우 다른 듯 하여 송구합니다............................. (한강다이브)

- 면목없습니다.. (윌라드풍)












두 사람은 너무나도 다른 성질,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한 소년은 모두에게 사랑받았으며, 누구나 그는 자상한 사람이지 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한 소년은 모두에게 사랑받지 않았고, 오히려 무섭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더랬다. 그럼에도 소년들은 같이 지냈고, 자주 붙어 있었다. 소년은 소년으로 인하여 세상으로 나왔으며, 소년으로 인하여 다른 이들을 알 수 있었다.

소년은 아니, 히카르도는 까미유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었다. 정말 뭐든. 그가 부탁하는 것 이라면 얼마든지. 그에게 있어서 까미유는 가장 첫 번째 친구였고, 자신에게 많은 것을 내어준 사람이었다. 적어도 히카르도 바레타에게는 그러했다. 까미유 데샹이라는 소년은, 남자는 적어도 그에게는 그 정도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나이를 먹었고, 히카르도의 세계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었다. 까미유가 떠나기 전까지는. 적어도 그가 갑작스럽게 모든 연락을 끊고, 눈앞에서 사라지기 전까지는. 적어도 그랬었다. 적어도. 그가 사라지고 나서 며칠 동안도, 몇 달동안도. 히카르도의 세계는 바뀌지 않았다. 그는 까미유를 만나고 싶어 했지만, 까미유는 그러지 않은 듯 했다. 까미유는 그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며, 언제든지 연락해도 좋다고 이야기했지만, 실제로 그에게 연락을 취해도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 작은 파문 같은 변화가, 일렁거림이 남자의 세계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그에게 있어서 아주 작은 틈이 생긴 것 이다.

그리고 지금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남자는 아주 오래전과 같은 모습을 한 채로, 같은 모습으로 웃고 있었다. 그가 알고 있던 아주 다정했던 그런 미소를 지은 채로. “오랜만이지, 히카르도.” 사내는 그렇게 이야기했다. 웃는 얼굴로. 선글라스에 가려진 눈동자는 보이지 않아서, 그 눈이 웃고 있는지 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의 입은 분명하게 웃고 있었다.

그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연락을 한 적이 없었다. 그의 연락에 답을 한 적도. 돌아온 것은 오로지 침묵 뿐. 그렇게 침묵으로만 답하던 남자가 지금 자신의 눈앞에 서있었다. 히카르도는 잠시 제 눈을 의심하며, 상대방을 가만히 바라볼 뿐 이었다. 까미유는 지금 분명히 제 눈앞에 서있었지만, 이것이 꿈이 아니고 현실이라는 것을 한 번 더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히카르도는 저도 모르게 팔을 뻗었다. 히카르도는 까미유의 얼굴을 만졌다. 까미유는 히카르도의 팔을 내치지 않았고, 그저 하하. 하고 제법 낮은 소리로 웃었다.

“네 도움이 필요해, 히카르도.”

“네가 아니면 안 되는 일 이야.” 남자는 또 다시 다정한 목소리로 그렇게 이야기했다. 남자의 그런 다정한 목소리는 항상 자신을 붙잡는다. 히카르도는 그가 또 다시 자신에게 멀어질 것을 알고 있었다. 아니, 이제는 알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남자의 말과 부탁에 또 다시 그 말을 들어주고야 마는 것 이다. 그에게 있어서 그는 어쩌면 전부였다. 전부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결국 전부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결국 히카르도의 안에서 지울 수 없는 사람이 되었고, 절대로 뺄 수 없는 사람으로 남았으니까.
 
“……그래.”

그렇다면 얼마든지. 네가 어디까지, 어떻게 하는지 보기 위해서라도. 히카르도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까미유를 가만히 바라보았을 뿐 이었다. 그는 입을 다물었다. 까미유는 더 말하지 않았고, 그저 웃었을 뿐 이었다. 선글라스 너머의 눈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까미유는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살짝 벗었다. 겨우 보인 눈동자는 웃고 있는 듯 했고, 히카르도는 그저 입을 굳게 다문 채로 그런 그를 바라보았을 뿐이었다.

“히카르도.”

까미유가 나직이 그 이름을 불렀다. 히카르도는 여전히 굳게 입술을 다문 채로 그저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을 뿐 이었고, 까미유는 그런 그의 표정을 살피며 웃었다. 어깨를 으쓱이고, 팔짱을 끼고 사내는 다시 말했다.
“나를 아직도 믿어?”

“나를 아직도 친구라고 생각해?” 까미유는 빠르게 덧붙였다. 여전히 제 얼굴을 만지고 있는 히카르도의 손에 시선을 둔 채로. 그의 손은 예전보다 더욱더, 좀먹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능력이. 그를 갉아먹는다. 까미유의 시선은 제법 한 참 동안 그 손에 머물렀다. 제 얼굴을 만지는 히카르도의 손을 까미유가 잡아 천천히 끌어내렸다. 히카르도는 대답하지 않았고, 까미유는 그런 그의 표정만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웃으며 그 자리를 떠났다.

떠나는 뒷모습을 한참동안이나 바라보다, 곧 히카르도는 이미 한참이나 변질된 손과 팔을 바라보며 주먹을 쥐었다. 그래. 친구라고 생각했었다. 무슨 이유가 있을 것 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도 결국 자신과 같을 것 이라고도.

하지만 결국 그것은 아니었고, 히카르도는 그가 걸어간 길을 가만히 눈에 담았다. 그 눈은 더 이상 멈춰 있는 것도, 망설이는 것도 아니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도. 이렇게 되었으니, 그를 뒤엎을 때 까지 그가 하고자 하는 대로, 그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이다.

히카르도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에게 복수하는 것은 오로지 자신만의 것이다. 그를 뒤엎는 것 또한. 그를 뒤엎고, 끌어 내리는 것은 자신의 몫이라고. 남자는 그렇게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