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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출시기념] 시간여행자

[[]] 2014. 12. 8. 23:03

- 1월 8일 릭 출시 기념하면서 짧게 단문!

- 너무 짧아서 면목 없습니다.. ...

- '시공간'을 이동시켜주는 거니까 ...뭔가 시간에 쫓긴다는 듯한 느낌이.. 있는... (넘 여러가지로 상상하는 재미가 있는 캐릭터여서.. 얼른 나왔으면 좋겠습니다u.u










메리는 아주 작은 간이식당의 메이드로 일하고 있었다. 식당은 산의 입구에 위치하고 있었고, 바로 앞에는 도로가 쭉 뻗어 있었다. 그녀는 이제 19살이 되었고, 그 가게는 아주 어릴 적부터 보아 온 가게였다. 간단한 식사와 음료를 해주는 가게는 대부분이 한산했고, 그렇게 많은 사람으로 시끄러운 적은 별로 없었다. 그렇다고 메리는 이 가게와 이 동네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이 하는 일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이곳에서 보는 풍경을 좋아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밤하늘은, 그리고 주변의 풍경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 날도 별로 없는 손님들의 별 거 아닌 농담이나 대화를 주워들으면서 긴 바 테이블을 마른 걸레로 닦고 있었다. 그렇게 걸레질을 하던 그녀는 문득 넓은 쇼윈도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닦은 지 오래 된 창문에는 먼지와 물때가 끼어 있었지만, 풍경을 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음번에는 좀 더 깨끗한 풍경을 보고 싶으니까 가볍게 닦기라고 해야지. 라고 생각하면서 메리는 잠깐 창문을 바라보다 곧 다시 분주하게 손을 움직였다. 그렇게 몇 번째의 걸레질을 했는지도 모르겠는 무렵, 문이 열리면서 작은 벨 소리가 울렸다.

“어서 오세요.”

메리는 습관적으로 가볍게 웃으면서 인사하며 고개를 들었다. 문을 밀고 들어 온 남자는 다소 가벼운 차림을 입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늘어진 하얀 티셔츠와 검은 가죽 코트 같은 것을 차려 입고 있었다. 짙은 고동색 머리카락은 마치 초콜릿을 부어 놓은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남자는 제법 잘생겼다고 말할 수 있었다. 잘 생겼다고 동의해주지 않더라도, 분위기 있게 생겼다는 말에는 동의해주리라. 남자 손님은 입을 굳게 다문 채로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거리더니 긴 바 앞에 앉았다.

“……레이디. 실례일지도 모르겠소만, 혹시 지금이 몇 년도 인지 알 수 있겠소?”
“거기 신문 있으니까, 한 번 펼쳐보세요. 여기 커피는 서비스고요.”

이 남자 돈이 별로 없는 거 아닌가. 메리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최대한 상냥하게 웃어 보이며 흰 머그잔을 내밀었다. 남자는 잠시 당황한 듯 했지만 곧 머쓱하니 웃고는 테이블에 접혀 있던 신문을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메리는 남자의 눈이 급하게 신문의 글자들을 읽어 내려간다고 생각했다. 남자는 어딘가 당혹스러워 보였고, 급해보였으며,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도 같았다. 그는 다소 가벼워 보이고, 추레해 보이는 차림을 하고 있었지만 한 쪽 팔에 손목시계를 거의 다섯 개 이상은 차고 있었다. 시계장사라도 하나. 메리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남자의 차림을 봐서는 그런 것도 아닌 거 같았다. 남자는 신문을 다 읽었는지 다시 원래대로 접고는 “다행이군. 별 차이가 나지 않아.” 라고 도무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 거렸다. 메리는 남자의 앞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톡톡 몇 번 두드렸다.

“주문하시겠어요, 손님?”
“아. 그럼 간단하게…………뭐가 맛있소?”
“웬만한 건 다 그럭저럭 괜찮아요.”

“그 중에 클램차우더가 제일이죠.” 메리가 재빠르게 덧붙였다. 남자는 그 이야기를 듣더니 하하. 하고 웃었다. “그럼 그걸로 주시겠소?” 라는 남자의 말에 메리는 바로 주방에 외쳤다. 남자는 요리가 나오는 걸 기다리는 동안, 자신이 팔에 차고 있는 시계 알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무언가를 확인하는 것처럼. 그는 시계 알을 계속 해서 쳐다보고 있었고, 음식이 다 나오고 메리가 그릇을 그 앞에 밀어줄 때 까지도 그랬다.

“여행 다니나 봐요?”

메리가 남자의 앞에서 가볍게 턱을 괸 채로 질문했다. 그녀의 말에 그는 그저 또 한 번 웃더니 “그렇소.” 라고 대답했다. 메리는 아까부터 그의 말투가 제법 특이하다고 생각했지만, 굳이 그 말투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기로 생각했다. 뭐, 누구에게나 그런 습관이나 버릇은 있는 법일 테니까. 그녀는 가만히 스프를 떠먹는 남자를 바라보며 다시 말했다.

“무슨 여행인데요?”
“뭐라 설명하기 어렵소.”

“음, 이름이……메리? 메리라고 불러도 괜찮겠소?” 그는 그녀의 복장 왼쪽 가슴에 달린 명찰을 천천히 읽으며 그렇게 물었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이며 “마음대로 불러요.” 라고 대답했다.

“나는 릭이라 하오. 릭 톰슨.”
“흠. 그렇구나. 그래서요, 톰슨. 여행하는 데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어요?”
“어떻게든 되돌리기 위해서라오.”

남자, 아니 릭은 그렇게 대답했다. 그렇게 말하는 그의 표정은 어딘가 슬퍼 보이기도 했고, 쓸쓸해 보이기도 했으며 화가 나 있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남자는 제법 먹는 속도가 빨라서, 금세 한 접시를 거의 다 비우고 말았다. 거의 바닥을 보인 접시와 함께 릭은 다시 한 번 더 자신이 차고 있던 시계를 바라보았다. 메리는 그제야 그가 차고 있던 시계들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는데, 그가 차고 있는 시계들은 전부 시간이 제각각이었다.

“이봐요, 톰슨. 한번만 더 물어봐도 괜찮아요?”
“무얼 말이오?”
“무슨 여행이에요?”

릭은 그녀의 질문에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검은 코트의 주머니 속에서 구겨진 달러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모금 정도 남은 커피를 완전히 다 마셔버린 후, 그는 대답했다.

“나는……시간을 여행하고 있소.”

릭은 그렇게 대답했고, 곧 가게의 문을 다시 열었다. “잠깐이지만 즐거운 대화였소. 메리.” 그 마지막 말만이 잠시 가게에 머물렀고, 남자는 가게를 지나쳐 나오지 않았다. 도로에 그의 모습은 비춰지지 않았고, 메리는 그가 내고 간 구겨진 달러만을 가만히 바라보았을 뿐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