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듀서 티엔 정과 여고생 마틴(마티나)
* 노루(@noru_kk)님의 원더풀러쉬 여마틴그림을 보고 쓰고 싶어져서 쓰기 시작한 아이돌..au 였는데 노루님이 그리신 건 러브라이브 ..정작 제가 쓴 것은 아이돌 마스터... (??)
소녀를 처음 만난 것은 인적이 드문 공원에서였다. 아니, 만났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았다. 만났다는 표현보다는 마
주쳤다. 혹은 봤다. 그런 표현이 더 어울렸고, 적합했다. 소녀는 아무도 없는 공원에서 어린 아이들 몇과 함께 놀면서 신나게 알 수 없는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제대로 된 가사도 없었고, 아이들도 소녀의 노래를 따라 부르진 못했지만. 그래도 그들은 즐거워보였다. 그 날은 여름이었고, 아주 더운 날 이었다. 소녀의 금발머리가 햇빛을 받아 반짝 거렸다. 남자는 그때 바로 알았다. 이 소녀였다. 이 소녀 여야만 했다.
“……잠시 괜찮으십니까.” 남자는 망설이지 않고, 소녀에게 다가가 대뜸 말을 걸었다. 노래가 뚝 끊기고, 아이들의 소녀 가까이로 모였다. 소녀가 잔뜩 인상을 쓴 채로 “네?” 라고 다소 톤이 높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얼굴은 여전히 경계심을 가득 담고 있었다. 남자는 이런 상황에 익숙했고,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양복 주머니에서 명함을 하나 꺼내서는 소녀를 향해 내밀었다.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만.”
명함에 쓰인 이름은 ‘티엔 정’이라고 쓰여 있었다. 소녀는 그 명함을 든 채로 가만히 이름을 훑어보다, 남자를 째려보며 답했다.
“……그래서요?”
“……아이돌, 하지 않으시겠습니까.”
그리고 그 질문에 돌아온 대답에 소녀는 잠시 넋이 나간 채로 남자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의외의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몇 초 동안 정신이 나간 사람마냥 그를 멍하니 바라보던 소녀는 곧 고개를 도리질 치며 대답했다.
“뜬금없이 무슨 소리세요?”
그런 소녀의 말에 남자, 티엔은 가만히 그 눈을 똑바로 응시할 뿐 이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검은 눈을 마주 응시하던 소녀는 곧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대답했다.
“……싫, 싫어요! 관심 없거든요!”
그렇게 대답하고는 소녀는 아이들을 데리고 멀리 가버렸다. 그래도 명함이라도 전달할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다행인걸까. 티엔은 멀어지는 소녀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만 볼 뿐 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소녀는 티엔 정이라는 남자와 또 다시 마주쳤다. 우연인지, 아니면 그 남자가 자신의 뒤를 밟았는지 그것은 모를 일 이었다. 남자는 또 다시 아이돌, 하지 않으시겠습니까. 라고 물어왔다. 어제와는 달리 곧장 대답하지 않는 소녀를 남자는 빤히 응시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대답을 하지 않는 소녀를 보고, 티엔은 머쓱한지 제 뒷목을 주무르며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잠시, 이야기라도.”
티엔의 말에 소녀는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며 고민을 하는가 싶더니 “아이돌 관심 없어요.” 라고 딱 잘라 대답했다. 티엔은 그렇게 거절하는 소녀의 말에도 그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렇게 침묵만이 이어질 때, 경찰 한 명이 다가와서는 티엔의 팔을 붙잡았다. 주변의 분위기를 깨닫고 고개를 돌려, 살폈을 때 이 눈앞의 남자가 여고생에게 작업을 거는 치한으로 오해를 받고 있는 상황이 되어버리고 만 것 이었다. 소녀는 아차. 하고 속으로 탄식하며 제 이마를 짚었다.
아니, 그렇지만 그가 정말 프로듀서가 맞는 걸까. 진짜로 치한인 걸 수도 있잖아? 소녀는 그렇게 생각했고, 어느 새 경찰에게 붙잡혀 곤란한 듯, 제 뒷목만을 주무르고 있는 티엔의 모습을 바라봤다. 나쁜 사람 같지는 않은데. 소녀는 그렇게 생각했고, 곧 크게 한 번 숨을 내뱉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말없이 길을 걸을 뿐 이었다. 여고생 한 명과 다소 우직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는 남자가 같이. 둘의 거리는 좁았지만, 둘은 별 다른 대화는 하지 않았다. 아까의 상황에서 겨우 벗어나고서 그렇게 말없이 걷기만 한 것이 벌써 한 10분은 지난 것 같았다. 소녀는 가방의 끈을 괜히 꽉 붙잡았다.
“이유라도 말해주세요.”
“예?”
“아이돌에 관심 있는 건 아니거든요. 별로 하고 싶지도 않고……근데, 그냥 이유라도 알고 싶어서…….”
소녀는 그렇게 이야기 하면서 볼을 긁적였다. 티엔의 시선을 회피한 채로. 곧 티엔은 그녀를 바라보며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미소입니다.”
“……네?”
“웃는 게 말입니다.”
티엔은 그렇게 덧붙이며 소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티엔의 뜬금없는 대답에 소녀는 또 다시 “……네?” 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남자는 또 다시 대답해주지는 않았고, 다른 말을 덧붙였다.
“뭔가를 찾고 있다면, 한 번 도전해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마티나.”
“……예?”
“내 이름이요. 마티나 챌피.”
소녀, 아니 마티나는 그렇게 대답하며 팔을 내밀었을 뿐 이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볕이 생각보다 따갑다. 등 뒤로 그렇게 쏟아지는 햇빛과 함께 티엔은 겨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온 몸이 뻣뻣하게 굳은 것만 같은 감각과 피로한 눈을 손으로 꾹꾹 누르며 티엔은 시간을 확인했다. 그 사이 잠깐 졸았나. 그런 생각과 함께 한 숨을 쉬고는 손으로 마른세수를 했을 뿐 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책상에 엎드려서 잠깐 자고 싶었지만. 검토해야 할 서류는 산더미였고, 벌써부터 이런 힘든 소리를 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티엔은 서류에 시선을 둔 채로 “들어오세요.” 라고 대답했다. 마티나였다. 학교에서 바로 이곳으로 왔는지 교복을 입은 마티나. 마티나는 자신을 한 번 보고, 다시 서류로 고개를 숙이는 티엔을 보면서 “항상 바쁘네요, 프로듀서.” 라고 말했다. 그런 소녀의 말에 티엔은 그저 뒷목을 주무를 뿐, 별다른 대답은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마티나는 곧 가방 안에서 캔 커피를 하나 꺼내서는 티엔의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이거. 음, 저는 오늘 뭘 할까요. 레슨?”
“고맙습니다. ……예. 오늘도, 일단은. 그리고 레슨이 끝난 뒤에는……드릴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무실을 나가려던 마티나가 곧 발걸음을 돌려, 티엔을 바라봤다. 티엔은 곧 보고 있던 서류를 정리하던가 싶더니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데뷔 관련 된 이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