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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간 퍼시잭슨 설정 빌려오고 현대식으로 바꿔버렸음 눈_눈) 

- 원님이 하데스 에이든이랑 페르세포네 단영이 보고 싶다고 하셔서 최대한 맞춰봤습니다. 하데스 에이든이랑 페르세포네 환생 단영이……라는 설정으로 (머쓱 

- 의도치 않은 시리즈물 (눈_눈) 






인간들에게 죽음이란 공포였고, 그 죽음의 땅을 다스리는 왕이자 죽음의 신인 하데스 또한 공포의 대상이었다. 죽음의 왕은 거의 평생을 홀로 살았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신은 오랜 세월을 죽지 않았고, 늙지 않았으니까. 남자는 영원을 살았고, 그 오랜 시간동안 거의 홀로 지냈다. 외로움과 고독에 익숙해진 남자에게 사랑 같은 것은 전부 의미 없고 부질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땅 위는 발전하여 남자가 원래 알던 세계와는 많이 달라졌다. 이승도, 저승도. 대부분 많은 것들이 바뀌었지만 남자가 홀로 있는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아니 남자가 처음부터 혼자인 것은 아니었다. 죽음의 왕도 처음부터 혼자였던 건 아니었다. 보통 신은 불로불사라고 알려져 있고, 그것이 맞지만. 가끔 이유조차 알 수 없이 죽어버리는 경우가 있고는 했다. 그렇게 몇 명의 신이 이유도 모르고 죽었고, 다시 환생했다. 그리고 그녀 또한 마찬가지였다. 페르세포네. 죽음의 왕은 그녀를 잊지 못했고, 더 사랑을 하지 못했다. 어째서 죽었을까. 왕의 침묵은 더욱 길어졌다. 신은 죽으면 다시 환생하니까, 그녀가 다시 환생하길 바라고 있었다. 


그렇게 세상이 여러 번 바뀌고, 신들도 그에 따라 사는 방식을 바꾸기도 했다. 현대와 어울리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들의 자손을 낳기 위해서 인간 여자와 사랑을 나누기도 했다. 그렇게 태어나는 아이들은 반신이었고, 이 아이들을 따로 한 곳에 모아두는 캠프가 존재했다. 하데스는 그 캠프의 존재에 대해서 알고 있었지만, 한 번도 그곳에 가본 적이 없었다. 아니 아마 그 어떤 신도 그 캠프에 가지 않았을 것 이다. 자신의 자식과는 절대로 만나서는 안 된다. 아마도 그것이 유일한 규칙이었을 것 이다. 그리고 신들의 자손 중에서는 평생을 자신이 반신이라는 것을 모르고 사는 자들도 종종 있고는 했다. 그리고 어느 날 자신이 자손이라는 것을 알아도 그들은 평범하게 살기를 원했다. 대부분은 오래 살지 못하고, 어떤 크리쳐 들에게 들켜 먹혀버리고는 했지만. ……반신들에게는 캠프만큼 안전한 곳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몇 번의 세월 동안, 죽음의 왕은 자신의 신부를 찾지 못했다. 그녀가 태어났다면 못 알아 볼 리가 없다. 그는 결국 그녀가 태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오히려 그 편이 마음이 편했고, 이대로 평생 혼자 살아가는 것이 더 편하고 이로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죽음의 왕은 어떤 한 청년을 만나게 됐다. 현대에 맞춰 세우게 된 자신 소유의 도서관에서. 아마 대학교에 다니는 대학생인 것 같았다. 그는 망설임 없이 걸어오더니 도서를 정리하고 있던 여자 사서에게 물었다. 


“아, 음. 그리스 로마 책이 필요한데요.”

“……신화 책을 이야기 하시는 건가요? 그 책은 지금 대여중이에요.”

“아, 그럼 언제 쯤 대여해볼 수 있어요?”

“글쎄요. 2~3일 정도는 걸릴 거 같은데요.”


여자사서는 그렇게 대답하면서 자신의 안경을 살짝 치켜 올렸다. 그러더니 곧 빤히 청년을 쳐다보았고, 그 행동을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죽음의 왕도 덩달아 고개를 들어 빤히 청년 쪽을 바라보았다. 


“…으음. 그럼 혹시 예약 같은 것도 가능한가요?”

“그건 좀 어렵죠. 여긴 도서관인걸요.”


그녀의 말에 청년은 결국 어깨를 한 번 으쓱이더니 “뭐, 그럼 어쩔 수 없죠.” 라고 대답하고서는 푸흐흐 하고 웃었다. 그런 그의 말에도 사서의 시선은 여전히 청년을 향해 있었다. 저를 똑바로 쳐다보는 그 시선에 청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저기요, 사서님?”

“아……. 아뇨, 아뇨. 그냥 제가 아는 사람을 닮은 거 같아서요.”

“아, 음. 그런가요. 전 또, 이 동네 동양 사람이 흔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그렇게 빤히 보셨나 싶었어요.”


청년은 그렇게 말하면서 또 다시 웃었다. 그 두 번째 웃음 속에서 뒤에서 가만히 앉아 있던 죽음의 왕이 벌떡 일어났다. 지하세계에 있을 때와는 달리 말끔한 정장을 차려 입고 있던 그는 의자가 쓰러져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일어났다. 조용했던 도서관에 소리가 울렸고, 곧 남자는 청년을 향해서 성큼성큼 발을 옮겼다. 여자 사서가 당황해서는 “하데……아, 아니 소장님…!” 이라고 급하게 외쳤지만, 남자에게 그 소리는 들리지 않는 듯 했다. 곧 청년의 팔을 강하게 붙잡았다. 얼마나 강하게 붙잡았는지, 청년이 당황하면서 살짝 뒷걸음질 쳤고 곧 애써 침착한 얼굴을 한 채로 “……저기…….” 입을 열었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으세요?”


그 말에 남자의 정신이 돌아온 듯, 겨우 그 팔을 놔준 그는 손바닥으로 제 얼굴을 가볍게 쓸어내렸다. 그러더니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뒷목을 주무르고는 “……미안하네.” 라고 작게 대답했다. 


“……여기 이 사서 아가씨 말대로, 아는 사람이랑 좀 닮아보여서 무심코. ……보통은 예약을 안 받아주지만, 그 책은 반납이 들어오면 빼주겠네. ……여기 번호를 적고 가면, 문자로 연락해주지.”

“어어……그래도 되는 건가요?”

“괜찮아. 어차피 별로 찾는 사람이 많은 책도 아니고. 드물게 가끔 그렇게 대여를 해 가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


그 말에 청년은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곧 가방 안에서 작은 공책을 하나 꺼내더니 다시 가방을 뒤적거렸다. 아무래도 펜을 찾는 듯 했고, 그런 청년의 행동에 남자는 제 양복 주머니에서 펜을 꺼내 건넸다. “아. 고맙습니다.” 고개를 숙이면서 그렇게 대답한 청년은 곧 메모지에 자신의 번호와 이름을 적어 소장에게 내밀었다. 


“……방금은 정말 미안했네.”

“아니에요, 괜찮아요. 뭐. 음. 근데 많이 닮았나보네요.”


청년은 그렇게 말하면서 웃었고, “그럼 연락 기다릴게요.” 라고 말하면서 도서관을 나섰다. 메모에 적힌 청년의 이름은 단영 이었다. 단영. 멍하니 그 메모를 바라보고 있는 남자의 옆을 팔꿈치로 툭 치면서 여자 사서는 작게 중얼거렸다.


“맞는 거 같아요.”

“……왜 지금까지 몰랐지?”

“뭔가에 의해 보호 받고 있는 걸지도 모르죠.”

“본인은……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럼 아무것도 모르고 살아온 것 일수도 있죠. 3일 뒤에 온다고 하니까 데이트 신청이라도 해 보세요. ‘에이든’.”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


그녀의 말에 ‘에이든’이 고개를 내저으면 대답했다. “혹시 모르는 거잖아요.” 라는 말을 뒤로 한 채로 에이든은 한 참 동안이나 그 자리에 서있었다. 



* * *



그리고 정확하게 3일 뒤쯤 책은 반납됐고, 에이든은 적어 준 번호로 문자를 한 통 보냈다. 핸드폰을 바로 보고 있었던 것 인지, 청년의 오늘 바로 갈게요 라는 답장이 돌아왔다. 에이든은 문득 고개를 들어 벽에 걸린 시계로 시간을 확인했다. 앞으로 30분 정도. 30분 뒤에는 그 청년이 이 도서관에 도착할 것이 분명했다. 그 동안 그 청년이 정말로 그녀의 환생인지 확인을 할 방법을 생각해봤지만 딱히 이렇다한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어쩌면 이미 이렇게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을 이런 식으로 깨우는 것이 나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도 들어 에이든은 잠시 제 이마를 손으로 집은 채 고뇌했다. 곧 큼큼. 하고 누군가 헛기침을 하는 소리가 들렸고, 고개를 들어보니 청년이 어깨를 살짝 흔들며 웃고 있었다. 


“미간에 주름이 엄청 잡혔어요. 무슨 고민 있으세요?”

“……으음. 대여하시려는 책은 여기 있습니다. 그보다 생각보다 빨리 오셨네요.”

“아. 음. 저 이 근처 요양소에서 일하거든요. 원래는 여기보다 좀 먼 곳에 있었지만……최근에 여기로 왔어요.”


에이든은 또다시 넋을 놓은 채로 단영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단영이 손으로 볼을 쿡쿡 거리며 찌르지 않았더라면, 자신이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할 뻔 했다. 머쓱함과 당혹스러움에 에이든이 제 뒷목을 주물렀고 단영은 곧 “아. 음……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그랬네요.” 라고 말하면서 살짝 웃었다. 에이든이 단영이 빌리려는 책의 이름과 그 이름을 컴퓨터에 입력했고, “책 가져가셔도 됩니다. 반납은 5일 뒤에 해주시면 되고요.” 라고 대답했다. 그 말에 책을 가방 안에 넣고는 단영이 잠시 머뭇거리는가 싶더니 곧 입을 열었다. 


“저기……뭐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

“예.”

“……음. 혹시 제가 누굴 닮은 거예요?”

“……이거 참……. 사별한 내 부인을 닮았소.”


에이든은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겨우 청년에게서 눈을 뗄 수 있었다. 페르세포네. 그걸 생각함과 동시에 곧 난처한 청년의 목소리가 돌아왔다. “제가 괜한 걸 물었네요. 죄송해요.” 라는 대답에 에이든은 그저 고개를 저으며 “아니, 내가 신경 쓰일 만한 말을 했지. 젊은 청년한테.” 라고 대답하고는 그대로 고개를 푹 숙였을 뿐 이었다. 


“……어, 음. 커피 드세요? 제가 살게요. 커피.”

“……왜?”

“그야, 음. 저도 실례를 했으니까, 그거에 대한 사과로……. 좀, 이상한가요?”


에이든은 단영을 바라보다가 멀리서 무조건 오케이를 하라고 입모양으로 벙긋거리는 여사서의 몸짓에 결국 살짝 웃음을 터트렸다. 


“……아니, 좋아.”


에이든은 그렇게 말하면서 몸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