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이번 작전은 이렇게 실행할 걸세. 다들 새겨 들어주길 바라네. 도주 루트 또한 따로 봐둔 곳이 있지만 도중 습격이 있을 수도 있네. 몇 명씩 조를 묶어서 움직일 거고 이에 대해서……불만은 받지 않아.” 퇴역 군인은 그렇게 이야기하며 지도 위로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퇴역을 했다고 해도 제법 익숙하게 지휘를 하며 작전을 하달했고, 한 자리에 모인 이들은 모두 그저 숨을 죽일 뿐 이었다.
그저 숨을 죽일 뿐 이었다. 숨을 죽이고, 자신과 함께 움직이게 된 사람이 왜 이 남자인지에 대한 불만도 한 차례 접어놔야만 했다. 지금은 그런 불만을 제기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으니까. 중요한 건 이 조 그대로 움직여야했고, 지체 없이 진행해야 한다는 것 뿐 이었다. 남자, 아니 티엔의 표정은 여전히 무심했고, 무심했으며……아니 그냥 평소와도 같았다. 아무것도 알 수 없는 검은 눈동자가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고, 마틴은 그런 남자의 시선을 응시했다.
“……신호를 정하는 게 좋겠군.”
“신호요?”
“그래. 혹시 모를 위급 상황에 대한 통신 신호.”
티엔의 말에 마틴은 잠시 그를 바라봤다가 작게 숨을 내뱉었다. “조용해졌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할게요. 그러니까……제가 위험해지면요.” 마틴은 그렇게 말을 덧붙이며 그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 마틴의 말에 티엔은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잠시 마틴을 바라봤다가 그저 고개를 획 돌렸을 뿐 이었다. 적당히 알겠다는 대답이겠지.
자세를 몇 번인가 고쳐 잡는 티엔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마틴은 크게 한 번 심호흡을 했다. 이 방향에는 그렇게 사람이 많지 않아요. 작은 목소리로 숨죽여 그렇게 말하는 마틴을 힐끔 거리며 바라보던 티엔은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분명 평소와 같은 표정인데, 다소 차갑게 식어버린 것만 같은 남자의 눈을 바라보면서 마틴은 저도 모르게 숨을 크게 한 번 삼켰다. ……집중해. 티엔은 그렇게 말을 툭 던지고는 어느 샌가 앞으로 훨씬 더 질주했다. 몇 번의 전투 소리가 이어졌고, 이내 조용해졌다. 이미 앞서 간 남자의 뒤를 따라가면서 마틴은 자신이 이 전투 상황에 정말 필요한 존재인지를 한 번 생각했지만, 곧 생각을 지웠다. 지금은 불필요한 생각일 뿐 이었다.
* *
쿵. 크게 땅이 울리는 소리가 났다. 바닥에 거의 엎어진 마틴은 제 얼굴 바로 옆으로 들어오는 공격에 바닥을 굴러 피하고는 재빠르게 몸을 일으켰다. 이제 빠져나가는 일만 남았는데, 운 나쁘게 걸려서는. 티엔과도 떨어져 있었고, 빠르게 공격해오는 상대를 뚫고 지나갈 방법은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공격은 어떻게든 피해내고는 있지만. 마틴은 옷소매로 제 턱을 훔치며 상대를 똑바로 바라봤다. 결국 도망갈 길은 이 길 뿐 이었다. 그렇다면 결국 여기를 뚫어야 하는데. 지직, 거리는 노이즈가 섞인 통신으로 티엔의 목소리가 들렸다. 곧 어디선가 빠르게 접근해오는 소리도. 눈앞의 상대가 순간 엄청난 소리와 함께 으스러졌다. 마틴은 갑자기 튀어나온 티엔과 으스러진 상대를 번갈아 바라보며 그저 푹 한숨을 내뱉었다.
“……신호 같은 걸 말할 틈도 없었잖아요.”
“뭐. 내가 딱 타이밍 좋게 발견한 거라고 해라, 어트랙티브.”
“……아. 그 말 뭔가 좀 재수없게 들리는 거 알아요?”
그렇게 투덜투덜 거리며 마틴은 티엔의 어깨를 툭. 하고 치며 옆을 가로질러 가볍게 뛰었고, 곧 티엔도 마틴의 뒤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