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젓갈님이랑 썰풀다가 연성하고 싶어져서 해버렸다는 뭐 그런 이야기... 캐릭터 붕괴와 날조에 주의해주세요.
- 크라스팁이라고 일단 우겨본다 ... 빨리 젓갈님은 저한테 스티븐 총라치오 그려주셨으면 좋겠다.. 이렇게 써놓으면 그려오실 수 밖에 없겠지..? (존나나쁨)
- 크라스팁 책 ㄴ내고싶ㄷ다ㅏㅏ... (죽어버림)
악몽은 그 때부터 시작됐다.
한 번 시작된 악몽은 멈출 줄을 몰랐고, 그렇게 가속하여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스타페이즈를 괴롭혔다. 남자의 악몽은 남자의 죄책감, 아니 자책에 비롯된 것 이었다. 그리고 남자는 이를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말할 생각이 없었다. 그건 평소에도 하지 않는 아주 작은 실수였다. 평소의 남자였더라면, 그런 실수에도 당황하기는커녕 그저 태연하게 굴었을 텐데. 그 날은, 말하자면 모든 것이 어긋나버렸다. 평소에도 하지 않을 실수. 그리고 일어날 리가 없는 사고. 모든 일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일어나는 법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그 날 자신의 작은 실수로 인해 크라우스가 다쳤다. 자신의 눈앞에서. 아. 스타페이즈는 순간 몸이 굳었고, 그 타이밍에 K.K나 재프가 없었더라면. 어쩌면 더 큰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일 이었을지도 몰랐다. 일이 다 끝난 후에도 부상을 입은 남자는 그저 태연하게, 평소와 똑같은 표정과 목소리로 괜찮다고 말했고 그 말에 스타페이즈도 그저 평소처럼 대답했다. 그래, 최대한 평소처럼.
그리고 악몽은 그 날 밤부터 시작됐다.
처음엔 그저 눈앞에서 부상을 입는 모습이 몇 번 반복 되는 것에 불과했었다. 그 꿈을 꾸고 일어났을 때 스타페이즈는 그저 아, 기분 나쁜 꿈이야. 라고 생각하고 그쳤고,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모두가 크라우스의 병문안을 다녀오고, 그에게도 가지 않겠냐고 물었을 때 지금은 조금 일이 많아서 말이야. 라고 대답하며 손사래를 쳤었더랬다. 그리고 두 번 째날. 두 번째 악몽 또한 처음과 비슷했다. 부상을 입고, 쓰러지고. 그리고 그것의 반복. 스타페이즈는 이번에도 기분 나쁜 꿈이네. 라고 생각하며, 또 다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냥, 그 때의 실수가 조금 마음에 걸려서 이런 꿈을 꾸는 것 뿐 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스타페이즈는 그렇게 애써 스스로를 위안했다.
하지만 스타페이즈의 생각은 잘못 된 생각이었다. 며칠이 지나면 더 꿈을 꾸지 않겠지 했던 그의 생각과는 다르게 꿈은 몇 번이고 찾아왔다. 밤에 잠에 들면 꿈은 찾아왔고, 잠깐 졸아도 그 꿈은 찾아와 스타페이즈를 집요하게 괴롭혔다. 그래, 잠을 자면 악몽이 찾아오는 것 이었다. 계속, 계속해서.
전부 비워 낸 컵에 커피를 다시 따라 마시면서 그는 손으로 제 얼굴을 가볍게 쓸어내렸다.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하고, 잠들었다 하면 악몽이 반복되니 이쯤 되면 사람이 정신을 놓아도 이상하지 않았다. 가까스로 제 정신과 이성을 붙잡으면서 스타페이즈는 스스로를 또 다시 위안했다. 이건 결국 그 날 자신이 한 실수의 대가이니라. 그렇게 스스로를 욕하며, 그는 제 정신을 붙잡았다. 크라우스에게는 아직도 병문안을 가지 못했다. 사실은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몇 번이고 반복되는 악몽 속에서 그는 그를 마주할 용기마저도, 무심함, 태연 그 모든 것을 상실하고 말았다. 반복되는 악몽은 이제 단순히 그가 눈앞에서 쓰러지는 것이 아니라 죽는 것 까지 나타나서 스타페이즈의 모든 것을 옭아매기 시작했다.
“……저기, 괜찮으세요?” 문득 갑자기 옆에서 들려 온 목소리에 스티븐은 조금 놀랐고, 그 순간 몸이 한 번 휘청거렸다. 조금 위험할지도. 순간 그런 생각을 하면서 스티븐은 가까스로 중심을 잡고 바로 섰다. “……소년, 들어왔으면 인기척을 내야지.” 평소와 같은 웃음으로 그는 그렇게 이야기 하며 어깨를 한 번 으쓱였다. 스티븐의 말에 레오나르도는 잠시 그를 향해 바라보다가 곧 “……아까부터 스티븐씨를 부르고 있었는데요…….” 돌아온 대답에 스티븐은 그저 입을 다문 채로 레오나르도를 바라보다가 어느 새인가 자신을 향해 있는 라이브라 사람들의 시선에 한 번 웃어 보이더니 대답했다.
“아. 그랬나. 미안하군,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느라 못 들었어.”
“그래서 무슨 이야기 하고 있었더라?” 스티븐은 그렇게 말하면서 컵은 든 채로 소파에 앉았다. 등이 바로 소파에 닿자 곧장 잠에 빠져들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애써 제 정신을 붙잡았다. 잠들면 안 돼. 남자는 그렇게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 듯 생각했다. 크라우스의 이야기가 나왔다. 아마 곧 퇴원하겠다는 이야기도. 스티븐은 그 말에 평소와 같이 태연한 태도로 아. 그렇군. 좋은 소식이네. 라고 대답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결국 나리 보러 가지도 않았죠?”
“일이 바빠서 어쩔 수가 없었는걸, 재프. 뭐라고 하진 말아줘.”
재프의 말에 그는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곧 저를 빤히 바라보는 재프의 시선에 “누구랑 달리 놀고먹고만 있을 수가 없어서 말이야.” 라고 덧붙이여 스티븐은 커피를 홀짝거렸다. 그 모습에 재프가 곧장 뭐라고 받아쳤지만, 스티븐은 그저 하하. 하고 웃어 넘겨버렸다. 그렇게 이야기하던 사이 레오나르도와 K.K의 의심스러운 시선이 느껴졌지만 스티븐은 그런 시선을 애써 모르는 척 했다. 지금 저 둘이랑 대화하면 상태를 눈치 채일 것만 같은 기분 인 걸. 스티븐은 그렇게 생각하며 그저 웃었다. 웃을 뿐 이었다.
문을 열고 마주한 상대의 모습은 정말 평소와도 같은 모양새여서, 스티븐은 그저 “크라우스.” 하고 그 이름을 한 번 나직이 불렀다. “스티븐.” 하고 그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저를 똑바로 마주했다. 스티븐은 잠시 숨을 깊게 삼켰고, 곧 “……다행이네.” 하고 말했다. 그 말에 크라우스는 그저 스티븐을 가만히 바라보았을 뿐 이었다.
“음. 이제야 보러 왔다고 뭐라고 할 생각인 거면 넣어둬, 넣어둬. 안 그래도 한 소리 많이 들었거든.”
“……아니, 그런 거는 아닐세. 다만……피곤해 보이네. 스티븐.”
“……음. 뭐. 그럴 수도 있지. 자네가 없는 동안 자네 일 까지 내가 하는 바람에 그런 거라고 생각해 주겠나.”
스티븐은 그렇게 말하며 애써 웃었다. 이 남자에게만은 말하고 싶지도, 들키고 싶지도 않았다. 크라우스는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하더니 곧 입을 금방 다물었다. 잠시 두 사람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 속에서 스티븐은 어서 이 장소를 빠져나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럼 일이 좀 있어서, 나는 가볼게. 무사해서 다행이네.” 툭 그렇게 말을 던지며 스티븐은 몸을 돌렸고, 곧 그 팔을 크라우스가 붙잡았다.
“……스티븐.”
스티븐은 그 말에 천천히 몸을 돌릴 뿐 이었다. 마주한 시선에서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이미 늦었다. “……만약 그 때의 일을 신경 쓰고 있는 거라면. 자네 잘못이 아닐세. 이 일 때문이 아니면 혹여나 내가 자네에게 무슨 잘못을 했다면…….” 스티븐은 잠시 크라우스의 시선을 회피했다가, 다시 그를 바라보았다. 이 남자는 어쩜 이리도…….
제 팔을 잡고 있는 크라우스의 손으로 시선을 옮기자, 곧 크라우스는 스티븐의 팔을 놔주었고 스티븐은 그런 크라우스의 어깨를 살짝 몇 번 두드렸다.
“……자네가 내게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네. 그저 이건………내 탓, 이지. 내…….”
스티븐은 곧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크라우스의 어깨를 두드리던 손을 거두었다. 저를 바라보며 무슨 말을 하려는 크라우스를 향해 스티븐은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 말도 하지 말게.” 라고 급하게 반박하며 뒷걸음질 쳤다. “스티븐.” 크라우스가 한 번 더 제 이름을 불렀다. “……방금 말은 못 들은 걸로 해주게.” 스티븐은 그렇게 말하며 급하게 방을 빠져나갔다.
여전히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 꿈속의 크라우스는 자신의 눈앞에서 죽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