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수님(@filmsin1934)이 전에 그리셨던 티엔마틴 만화(http://blog.naver.com/hgsnkss/220237069684, http://blog.naver.com/hgsnkss/220313816315)을 보고 허락을 받고... 써본 글입니다. 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크으.. 철수님 헌정 글(???)
- 앞으로도 티마 연성 많이해주세요.... 기김..기김.... 제 글은 많이 똥이므로 여러분은 위에 있는 링크의 만화를 보십니다...보시게 되는 겁니다.. (최면)
사람들은 사이퍼를 싫어했다. 왜냐하면, 보통의 사람들의 입장에서 그들은 미지의 존재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보통의 민간인들은 사이퍼를 이해할 수 없었고, 사이퍼 또한 그들을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몰랐다. 아니, 없을 것 이었다. 아마 그들은 서로에게 있어 미지의 존재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호감을 사는, 마틴 챌피는 티엔을 싫어했다. 그것도 매우. 모든 이들의 속내를 알 수 있었던 젊은 청년은, 그 남자 티엔 정 만큼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그래, 마틴 챌피에게 있어서 티엔 정은 미지였기 때문이었다.
다소 늦게 도착한 장소에는 브루스와 엘리어트와 동양인 남자 두 명과 함께 있었다. 한 명은 아직은 어려보이는 앳된 얼굴을 한 남자, 그리고 한쪽은 다소 고집스러워 보이는 인상의 남자. “마틴, 오셨군요. 여기에요.” 라고 말해오는 엘리어트를 향해 마틴은 그저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다들 여기에 계셨네요.” 웃으며 그렇게 인사하던 마틴은 곧 눈앞에 서 있는 브루스를 바라봤다. 브루스는 챙이 넓은 모자 아래의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마틴을 마주하며 다른 이들이 모르게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마틴은 브루스의 그 눈과 잠깐 마주쳤다, 바로 고개를 돌려 두 남자를 바라봤다. 다소 앳된 표정을 하고 있는 소년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한 채로 어쩔 줄 몰라 했고, 한 쪽은 무심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틴은 이 사내가 브루스가 전에 이야기 했던 아시아 지부의 스카우터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 하셨어요.”
“이럴 게 아니라, 인사들 하세요. 이쪽이 마틴 챌피 그리고 이쪽이 하랑.”
소개를 받으면서도 내내 마틴은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소 앳되고, 하얗게 질려 있는 얼굴을 하고 있던 소년은 마틴을 향해서 제대로 된 인사도 하지 못 한 채 다소 어눌한 발음으로 입을 뗐다. “반가워요, 하랑. 영어 잘 하시네요.” 마틴은 그렇게 이야기 했고, 다소 굳어 있던 소년의 표정은 그 말로 조금 밝아졌다. 그리고 곧 마틴의 시선은 옆에 있던 우직한 표정의 사내에게로 향했다. “이쪽은 전에 이야기를 한 번 한 적이 있었던 거 같은데, 티엔 정일세.” 브루스가 그렇게 이야기 하며 티엔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마틴은 “이야기는 들었어요, 티엔. 잘 부탁해요.” 라고 이야기 하며 마틴은 또 다시 웃어보였다. 남자는, 티엔은 그런 마틴의 웃음과 말에도 무심한 표정을 지킨 채로 마틴에게 “반갑소.” 라고 대답했다. 다소 딱딱한 어투와 표정. 그리고 몸짓. 표정과 목소리만 보고 들은 것만으로도 마틴은 이 남자가 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능력을 쓴다면, 이 남자가 무엇을 원하고 바라는지 빠르게 알 수 있을 텐데. 그럼 좀 더 편하고, 빠르게 친해질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마틴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곧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브루스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와 했던 약속 또한. 그건 약속이었다. 브루스와 마틴의. 능력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기로 한 약속. 만약 이 약속을 어기게 된다면, 자신과 브루스의 사이는 무척이나 틀어지고야 말겠지. 마틴은 그것만큼은 사양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 눈앞의 남자가 자신이 어떻게 대해주길 바라는지 그걸 읽고 싶었다. 너무, 너무나도.
“동양에서는, 이렇게 인사하던가요?”
마틴의 말에 티엔은 가만히 마틴을 바라보다가 먼저 손을 슥 내밀었다. “손님으로 왔으니, 이쪽의 예로 인사하는 게 좋겠지.” 그는 그렇게 말을 덧붙였고, 마틴은 곧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그 손을 가만히 보다, 마틴도 그와 마찬가지로 손을 내밀었다. 마틴은 손을 내밀고, 그 손을 맞잡기 전까지도 남자의 머리를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그 고집스런 눈을 똑바로 바라보다, 살짝 시선을 내리고 그 손을 맞잡은 순간 티엔이 마틴의 손을 꽉 붙잡았다. 얼른 이 손을 빼고 싶을 정도로, 꽉 붙잡은 티엔의 손에 마틴은 인상을 찌푸리며 잠깐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저도 모르게 앓는 소리가 툭 튀어나왔다. 무심한 표정을 하고 있던 남자의 표정은 어느 새, 무심함을 넘어 다소 분노와 불쾌를 담고 있는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 표정을 보자마자 마틴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실수했다. 실수해버렸다. 여전히 제 손을 꽉 붙잡고 있는 티엔의 그 불쾌감으로 잔뜩 젖어 있는 얼굴을 바라보며, 마틴은 지금 당장 이 손을 빼고 싶었다. 하지만 손을 빼려고 하면 할수록, 티엔은 마틴의 손을 더욱 꽉 붙잡았다.
“방금 그건 무슨 수작이지?”
툭 내뱉은 티엔의 말에 마틴의 얼굴에는 당혹스러움이 차올랐고, 곧 브루스가 눈을 크게 뜨며 마틴을 바라보았다. 그의 옆에 서 있던 엘리어트 마저 다소 당황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곧 브루스의 투박한 손이 마틴의 뒷덜미를 붙잡았다.
“……너. 마틴 챌피, 이 녀석 설마.”
“아아, 아니에요. 오해에요. 전부 오해에요. 오해라구요.”
티엔의 표정은 여전히 다소 불쾌감을 표출하고 있었다. 마틴은 그런 그의 시선을 가만히 바라보다 곧 고개를 옆으로 돌려, 그 시선을 회피했다. 뒷덜미를 잡고 있던 브루스의 투박한 손이 곧 떨어졌고, 마틴은 제 뒷목을 주물렀을 뿐 이었다. 이대로 도망치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서, 이 자리를 떠야겠다고 생각했다. 티엔은 여전히 마틴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틴은 이제 저 남자의 시선에서 벗어나고 싶어졌다.
“혹시 실례를 저질렀다면, 대신 사과하겠네. 거두고 있지만, 다소 골치가 아픈 녀석일세.”
브루스의 다소 낮은 목소리가 울렸고, 마틴은 그 목소리를 들으면서 그저 속으로 한 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하랑은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는지 다소 잘 모르겠단 표정으로 두리번거렸고, 마틴은 그저 마른 손으로 제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브루스는 그런 마틴에게 시선을 한 번 던졌다, 곧 다시 고개를 돌려 티엔을 바라봤다. 그리고 또 다시, 브루스는 마틴의 뒷덜미를 손바닥으로 꽉 잡아 누르며 고개를 숙이게 했다. 물론 마틴은 별 다른 반항은 없이, 그가 누르는 대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브루스는 티엔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경고하는데, 마틴을 조심하는 게 좋을 걸세. 그는……자네 머릿속을 마음대로 휘젓고 다닐 수 있으니까.”
티엔은 브루스의 그 말을 들으면서, 그저 가만히 마틴을 바라볼 뿐 이었다. 난처한 표정을 하고 있는 마틴을 티엔을 한참이나 말없이 바라볼 뿐 이었다.
마틴은 티엔을 싫어한다. 왜냐하면, 그는 미지이기 때문에. 그리고 티엔 또한 마틴을 싫어한다. 티엔이, 마틴을 싫어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다소 오랜만에 돌아 온 재단의 건물에 들어섰을 때는, 재단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평소처럼 사람들이 로비에 있는 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휑한 건물에 티엔은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 곧 한 쪽에 서 있는 브루스와 시선이 마주쳤다. “……오랜만이군.” 브루스가 티엔을 향해 툭 내뱉은 말이었다. 눈짓으로만 서로 인사를 하며, 티엔은 “브루스.” 하고 그 이름을 나직이 불렀다.
“일은 잘 맞던가?”
“예. 그보다, 재단 분위기가 다소 바뀐 것 같습니다만.”
“……그렇군. 그럴지도 모르겠네. 늘 이러던 것은 아니네만. 오늘은…….”
브루스는 잠시 숨을 크게 삼켰다. 티엔을 바라보고 있던 눈이 다시 돌아가, 단단히 닫혀 있는 커다란 문을 향해 있었다. “오늘은……능력 사용 문제로, 청문회가 있어서 그렇다네.” 그렇게 중얼거리는 브루스의 손에 힘이 꽉 들어가는 게 눈에 들어왔다. 티엔은 그 투박한 손이 꽉 주먹을 쥐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곧 그가 바라보고 있는 닫혀 있는 문을 바라봤다. “청문회 말입니까. ……누구의?” 라고 티엔이 반문했고, 브루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곧 문이 열렸고, 여러명의 사람이 동시에 물밀 듯이 쏟아져 나왔다. “……마침, ……저기 나오는 군.” 브루스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에는 다소 탄식이 섞여 있는 것만 같았다. 티엔은 사람들 사이에서 금발 머리의 청년을 한 명 발견할 수 있었다.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면서, 그들과 기쁘듯이 이야기 하며 나오는 젊은 청년. 티엔은 그를 오랜 시간 동안 뚫어져라 바라봤고, 마틴은 그런 티엔의 시선을 느꼈는지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다 곧 고개를 들어 티엔을 바라봤다. “아. 미스터 정.” 그 부름에 티엔이 눈을 잠시 가늘게 떴다. 두 사람 사이에서 다소 냉랭한 느낌의 시선이 오고갔다. 브루스는 티엔을 바라보고 있는 마틴을 가만 바라보다, 곧 고개를 획 돌렸다. 더 이상 어떤 말도, 시선도 주지 않고 그는 몸을 완전히 돌려버렸다. 마틴의 시선이 완전히 제게서 등을 돌린 브루스에게로 향했다. 완전히 등을 돌린. 완전하게 등을 돌린 브루스의 뒷모습을 마틴은 말없이 한참동안이나 바라보았다. 마틴은 아주 잠시 브루스를 불러야 할지 고민했다. 아주 잠깐. 그리고 아주 잠깐 고민한 채로 브루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결국 그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곧 다시 티엔을 바라보며 그는 또 다시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와. 오랜만이네요. 언제 오셨어요?”
그 말에 티엔은 대답하지 않았다. 마틴은 티엔의 옆을 가로질러 걸음을 옮겨, 브루스가 나간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기 보고 때문에 오신건가요? 아아. 마중 나갔어야 했는데, 죄송해서 어쩌죠.”
티엔은 또 다시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동안 긴 침묵이 이어졌다. 곧 티엔이 몸을 돌려 마틴을 바라봤다. 그를 가만히 바라보는 티엔의 시선은 마틴과 처음 만났을 때의 그 표정과 똑같았다. 무심한 듯 하면서도 고집스러움이 담겨져 있는 그 표정. 완고한 성격이 눈에 다 들어올 정도였다.
“……청문회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
마틴의 표정이 아주 잠깐 굳은 것도 같았다. 아주 잠깐. 그는 잠깐 표정을 찡그렸다가, 곧 그 표정을 풀고는 다시 웃었다.
“이거 참……. 브루스씨가 말씀드린 건가요?”
“……청문회라기보단, 좋은 강연이라도 듣고 나온 분위기군.”
마틴의 말에 티엔이 툭 말을 내뱉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 마틴은 그런 티엔의 표정에 그저 하하. 하고 작게 웃으며 제 턱 주변을 매만졌다. 저 남자의 저 표정은, 저 시선은 조금 짜증이 났다. “그렇지도 않아요, 안에서 다들 얼마나 무서웠는데요.” 그 말에 티엔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을 향해 돌아온 마틴의 시선에 티엔은 고개를 돌렸고, 시선을 회피했다. 마틴은 티엔을 향해 걸음을 옮기고, 그의 팔을 가볍게 붙잡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아직 식사 전이시죠? 같이 나가요, 제가 식사 대접할게요.”
티엔은 잠시 제 팔을 붙잡고 있는 마틴의 손을 바라봤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입을 다문 채로 그 손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려니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속을 들춰보려는 듯 한 느낌을 가진 악수. 하지만 그 때는 다소 불안해하고 있었던 것만 같았다. 지금은, 그런 불안감은……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어딘가 여유로움까지 느껴지는 그 모습에 티엔은 가만히 마틴을 바라보다, 곧 팔을 툭 밀쳐냈다.
“함부로 타인의 몸에, 손대지 않은 것이 좋을 거 같은데. 마틴 챌피.”
마틴의 표정이 한 번 더 굳었다. 아주 잠깐의 정적이 이어졌고, 곧 그는 다시 웃었다. “죄송해요.” 라고 가벼운 사과가 이어졌다. 티엔은 그를 바라보다 곧 시선을 완전히 돌렸고, 마틴도 그에게서 몸을 돌렸다. “제 실수에는 사과드려요. 나중에, 다시 봐요. 미스터 정.” 마틴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에게서 멀어졌고, 곧 나가려는 찰나에 그가 슬쩍 몸을 돌렸다. 얼굴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요, 티엔.”
이제 보인 얼굴에 그는 웃고 있었다. 마틴은 웃고 있었다. 그 입술은 웃고 있었지만, 눈 까지 완전히 웃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눈동자는 티엔을 향해 있었고, 티엔은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브루스씨와, 무슨 대화를 나누었습니까.」 마틴은 다소 낮게 깔린 목소리로 그렇게 물어왔고, 티엔은 그런 마틴을 가만히 바라봤다.
마틴의 얼굴에서 웃는 미소가 사라지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티엔은 이 불쾌함을 알고 있었다. 타인의 머릿속을, 그 속을 함부로 들어오려고 하다니. 티엔의 검은 눈이 마틴을 쫓았다. 용이 청년을 쫓았다. 티엔의 표정은 처음 만났을 때처럼 불쾌감은 없었다. 그저, 무심한 표정이었다. 무심한 얼굴을 한 채로, 마틴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헛수고다.”
그 말을 끝으로, 마틴은 그저 다급하게 그에게서 도망쳤을 뿐 이었다.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마틴의 능력은, 티엔 정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유를 마틴은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