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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노나 관련된 건 전부 날조했다. 이것이 창조경제(아님) 

생도시절의 짐본즈, 

생도시절부터 본즈가 짐의 생일을 제일 먼저 축하해주고 마음 써주고 그랬으면 좋겠으면 하는 마음에 슬쩍. 참고로 엪디디님이 커크 생일 챙겨주는 본즈에서 쓰기 시작한 연성이었습니다. 








제임스 티베리우스 커크. 우주에서 태어난 남자의 이름. 그리고 스타플릿의 영웅 ‘조지 커크’의 아들의 이름. 스타플릿에 입학한 제임스는 이미 유명인사였다. 그 조지 커크의 아들이래. 이 한 마디로 모든 것은 정리됐다. 지켜야 하는 수많은 규칙들. 영웅의 아들이라고 바라보는 수많은 눈들과 말들. 제임스는 스타플릿에 좀처럼 발을 붙일 수가 없었다. 적응할 수가 없었다. 결국 동기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 수밖에 없었고, 스타플릿의 무수한 규칙은 그에게 어떠한 의미도 주지 못했다. 영웅의 아들, 하지만 문제아. 이것이 제임스에게 따라붙는 수식이 되기까지는 별로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제임스는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그 모든 것들을. 


아주 어릴 때부터 그에게 있어서 ‘가족’이라는 것은 사실 큰 의미가 없었다. 우주 속에서 아버지를 잃고, 우주에서 태어났다. 가족이 의미가 없었다고 해서 그가 어머니에게 사랑을 받지 못했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의 어머니, 위노나는 그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었고 제임스도 그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다만, 남들이 말하는 ‘가족’의 의미가 그에게는 별로 의미가 와 닿지 않는다는 것 뿐. 그는 단란한 가정을 잘 알지 못한다. 사실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 것에 가깝지만. 위노나는 우주를 좋아했다. 태생이 그랬다. 남편, 조지가 우주에서 죽었지만 그렇다고 우주를 미워하거나 싫어하지 않았다. 그녀는 의연했고, 제임스를 신경 썼고, 아낌없이 사랑했다. 어릴 적 어머니는 가끔 지구에 있지 않을 때가 있었다. 종종 우주로 나갔던 그녀는 집에 돌아온 순간에는 잠시 피곤한 표정을 지었지만, 어린 제임스를 보자마자 활짝 웃고는 했다. “지미, 내 아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제임스를 안아주면서 그 동안 보지 못했던, 간단하게 듣기만 했던 제임스의 일상을 소년의 입으로 듣는다. 그것이 그 모자의 일과 중 하나였다. 


“엄마는 가끔 네 눈을 보고 있으면, 우주가 떠올라.” 어느 날, 이야기를 하던 제임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그녀가 말했다. “네 아빠도 눈이 예뻤어. 눈은 그이를 닮았을까.”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식탁 가운데에 얌전히 놓여 있는 액자를 바라봤다. 액자 속 사진으로만 남아 있는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봤다. 


“아빠는 어떤 사람이었는데.”

“솔직히 처음에는 완전 별로였지. 예전에 데이트를 할 때, 오토바이 뒤에 나를 태워서는 싫다고 해도, 해도 계속 돌고 돌더라.”


액자의 앞에 제임스가 빈 유리잔을 밀었다. 위노나는 위스키를 한 병 따서는 조금 잔에 따랐다. “근데 지금은 좀 타고 싶네.” 라고 중얼거리며 그녀는 살짝 눈을 감았다. 제임스는 말없이 자신의 어머니와 액자 속 아버지를 번갈아 바라봤다. 방금 막 입안에 넣었던 토마토를 씹어 넘기며 소년은 대답한다.


“내가 나중에 태워줄게.”


그 말에 눈을 감고 있던 위노나가 천천히 눈을 떠 제 아들을 바라보았다. 우주를 담은 것 같은 눈. 반짝 반짝거리는 모습. 이걸 조지가 보았으면 좋았을 텐데. 


“생일 축하해, 지미.”


그녀가 테이블 위로 팔을 뻗었다. 제임스는 그런 그녀의 손을 바라보다가 아직은 그녀보다 작은 손으로 그 손을 맞잡아 주었다. 모자는 한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침묵은 곧 기도였고, 고요 또한 기도였다. 그것은 조지 커크를 기리는 일이었다. 




난장판의 된 술집을 점원이 정리하고, 제임스는 연달아 술을 주문해 마셨다. 자신의 맞은편에는 스타플릿의 제복을 입고 있는 장교가 있다. 그의 등장과 함께 술집 안에 있던 모든 생도들이 일동 기립하고, 굳은 얼굴을 한 것으로 봐서는 상당한 계급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 그는 자신의 아버지를 알고 있었다. 스타플릿에는 자네 같은 인재가 필요하지. 그는 권유했고, 제안했다. 듣고 있으니 내기 같기도 했다. 아버지를 뛰어 넘을 수 있겠느냐고. 말없이 술잔만 기울이고, 또 기울였다. 가득 차 있던 잔을 완전히 비웠을 때, 그는 내일 어디서 출발하는지 그에 대한 것들만 이야기 해주며 술집을 나가버린 뒤였다. 가야 할까? 일단 어머니와 이야기 해볼까? 뭐라고 하실까. 온갖 생각이 제임스의 머리를 지배했다. 술을 더 시키려고 했지만, 더 마실 기분이 아니었기에 제임스도 술값을 계산하고는 문을 나섰다. 


밤공기가 들러붙었다. 꽤 늦은 시간인데, 어머니는 아들의 평소보다 늦은 귀가에 어쩌면 뜬 눈으로 깨어 계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집에 도착했을 때, 제임스의 예상대로 그녀는 깨어 있었다. 그녀는 제일 먼저, 엉망이 된 자신의 아들의 얼굴을 보고 놀랐지만 뭐라 잔소리를 하지는 않았다. “시간이 늦었으니, 자자." 라고 간결하게 말하며 그녀가 등을 돌렸다. “상의 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 그녀의 등을 향해 제임스가 말했다. 그녀가 천천히 몸을 돌렸고, 이제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닌 그를 바라봤다. 어디선가 많이 보았던 눈. 


“그래. 그럼 안에 들어가서 이야기 할까?”

“……그……오토바이 타실래요? 예전에 약속했던 거요.”


“지금 아니면 못 지킬 것 같아서 그래요.” 제임스는 그렇게 덧붙였다. 그녀는 제임스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대충 눈치 챈 표정을 했다. 잠시 그를 바라보더니 어깨를 으쓱이더니 “좋지.” 라고 대답하며 웃었다. 그 날, 제임스는 자신의 어머니를 뒤에 태우고 집 근처를 한, 두 시간을 돌았다. 그리고 느릿한 속도로 집에 돌아올 때 쯤, 그녀는 자신의 아들에게 “항상 조심하렴.” 이라는 말만을 했다. 짧고, 간결한 인사였다. 




그리고 그 뒤에 어땠더라. 아주 당당하게 말을 하고 스타플릿에 들어왔지. 들어오고 나서는 여길 왜 왔지. 하는 의문으로 가득 찼지만. 친구도 딱히 없었다. 처음에 몇 명은 ‘조지 커크’의 아들이라는 이야기에 관심을 가졌지만 그다지 오래가지는 않았다. 제임스는 이걸 다행으로 여겼지만, 아마 저들은 아니겠지. 친구가 아예 없는가 하면 그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 날, 스타플릿에 가기 위한 수송선에 올라탔을 때, 그 때 가볍게 이름을 나누었던 사람이 있었다. 레너드 맥코이. 돌아온 싱글, 모든 걸 다 뺏긴 이혼남. 그래서 ‘본즈’. 제임스는 아카데미에 와서, 언제부터인가 그를 ‘본즈’라고 불렀다. 맥코이는 그 호칭에 대해서 처음에는 불만스러운 반응을 보이더니 포기를 한 것인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맥코이는 아카데미에 온 제임스가 유일하게 말을 붙이는 상대였고,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상대이기도 했다. 물론, 맥코이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아마 좋게 생각은 해주겠지. 


수업들은 제법 강도가 높았고, 제임스는 이 수업에 익숙해지기가 어려웠다. 집에서 몇 번 관련 자료나 서적들은 본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 것과는 당연히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그동안 자신이 알고 있었던 건 드넓은 우주의 먼지 수준으로 느껴질 정도로. 강도 높은 수업만큼 생도들이 지켜야 할 규칙들도 엄격했다. 그리고 그런 엄격한 규칙은 제임스와는 맞지 않았다. 그는 종종 규칙 따윈 엿이나 먹으라지. 하고 교관들의 속을 터지게 만들었다. 자신의 아버지이자, 스타플릿의 영웅인 조지 커크의 이름을 먹칠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추천하고 권유 한 파이크 함장의 이름도 먹칠한다고도 했다. 꼭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았다. 파이크는 자신에게 재능이 있다고 말했고, 위노나도 마지막에는 너와 잘 맞는 곳 일거야. 라고 말했지만 제임스의 생각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그래도, 바로 아이오와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종종 고민은 했다. 차라리 오지 말고 아이오와에 남아 있을 걸, 하고. 


곧 기일이 찾아온다. 제임스는 그것이 조금 껄끄러웠다. 아이오와에서는 자신과 어머니. 단 둘만의 조촐한 생일 파티와 아버지를 기리는 날 이었지만 이곳에는 아니지. 그래서 그는 강의가 끝나면 괜히 필사적으로 조용한 곳을 찾았고, 남들이 없는 곳을 찾았다. 책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그렇다고 잠이 오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그나마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곳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거나 바로 기숙사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렇게 혼자 있을 때를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는 것은 맥코이였다. 


“짐.”


하고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목소리가 제임스를 불렀다. 맥코이는 제임스의 팔을 잡을까, 말까 고민하는 것 같았다. 팔이 어정쩡한 위치에서 멈춰있어서 제임스는 그 팔을 보고는 픽 하고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왜, 본즈.”

“술이라도 마실래?”

“오늘은 좀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은 싫은데.”


네가 웬일로. 같은 말은 돌아오지 않았다. 척 봐도 걱정되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본즈는 자신을 불쌍하게 여기는 걸까. 아마, 그건 아니겠지. 그는 그런 남자가 아니었다. 물론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니 이런 자신 혼자만의 생각이겠지만. 


“나도 알아. 그냥, 둘이서 조용한 곳 가서 마시자고.”

“본즈, 너 바쁘지 않았던가? 술 마셔도 되는 거야?”

“하루 정도는 괜찮으니까 걱정할 거 없어.”


그제야 맥코이가 제임스의 팔을 슬쩍 잡았다. “………좋아.” 제임스는 그렇게 대답하며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맥코이의 눈에, 제임스의 파란 눈이 들어왔다. 저 눈은 우주를 담고 있다. 맥코이는 그렇게 생각했다. 




“오, 용케 조용한 곳을 찾았네. 근데 여기도 결국 사람 오는 거 아닌가 몰라.”

“내가 여기 자주 와봤는데, 그런 적 별로 없었어.”

“별로 라는 건 그럴 수도 있다는 거잖아?”“안 와. 다들 자기들끼리 노느라 바쁠 거야.”


맥코이의 말에 제임스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술로 목을 축였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남들이 하는 말 신경 쓰지 마.” 맥코이가 침묵을 깨며 먼저 말했고, 그 말에 캔을 입으로 가져가던 제임스의 고개가 살짝 옆으로 향했다. 작게 웃음이 터졌다. “별로. 신경 안 써.” 말이 겨우 나오는 것만 같다. 제임스는 대답하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그보다, 신경 쓰고 있었던 거야? 섬세해라.”

“내가 원래 좀 섬세해.”


맥코이의 말에 제임스가 푸흐흐. 하고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러더니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그의 눈이 이리저리 굴렀다. 그런 제임스를 가만히 바라보던 본즈가 불쑥 입을 열었다.


“어머니한테는 전화 안 드려도 되겠어?”

“음. 해야지. 생일 날 할 거야. 기도를 못하는 건 좀 아쉽지만.”


제임스의 말에 맥코이가 그게 뭐야. 라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어느 새 술을 다 마셨는지, 제임스가 캔을 찌그러트리며 푸흐흐 하고 또 소리를 내며 웃었다. “우리 집에선 매년 했어. 아버지를 기리는 기도. 어머니랑 내가 한 손씩 잡고 아주 잠깐. 침묵하는 거야.” 그 말에 맥코이는 잠시 제임스를 바라봤다가, 곧 제 손을 내밀었다. 


“내가 대신 해주지.”


그 말에 제임스는 굳이 답하지 않았다. 잠시 맥코이의 눈을 바라보다가, 그의 눈썹이 꿈틀거리는 걸 보고는 내민 손을 붙잡았다. 자신도 손이 꽤 큰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맥코이의 손은 그런 자신의 손보다 좀 더 컸다. 따뜻하고.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꽤 긴 침묵이 이어졌다. 


“좀 이르긴 하지만, 생일 축하해. 짐.”

“고마워, 본즈.”

“친구잖아.”

 

제임스의 말에 맥코이는 그렇게 대답했다. 간결하게, 확실하게. 그리고 날이 저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