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시점으로 봐서는 이미 35살, 20살이어야 하지만 제목을 처음부터 저렇게 썼으니 저렇게 밀고 가는 걸로.. (막무가내
- 으앙앙 제 에이든이 또 캐붕이 난 것 같은 기분이...
- 듀주홍 나가 죽으세요... 예쁘게 죽어요...
에이든은 그 스토커 사건이 있고 며칠이 지나서 다시 단영을 만날 수 있었다. 회사의 복도에서 붕대와 반창고투성이의 손을 하고 있는 단영과 그 앞에 서 있는 한 젊은 남자. 아마 단영과 비슷한 또래인 것처럼 보였지만, 어딘가 더 연상 같은 이미지가 흐르는 사내였다. 그는 단영에게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농담을 던지는 것 같았고, 곧 손을 살피더니 뭐라 말을 이어갔다. 에이든은 그 광경을 심드렁하게 멀리서 지켜보다, 순간 자신이 제법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야 말았다. 순간 에이든은 왜? 라고 생각했지만 그에 따른 해답은 얻지 못했다. 자신이 생각해도 그에 대한 이유를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왜. 왜 일까. 에이든은 또 다시 한 참 동안이나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바라보다가 단영과 눈이 마주쳤을 쯤, 그는 그 때가 되어서야 시선을 거뒀다.
그 뒤에 단영을 다시 보게 된 것은 같은 임무에 발령이 나고 나서였다. 다른 팀 이었지만, 같이 해야 할 일이 있다면서 같은 임무에 심지어 같은 조에 발령이 된 탓 이었다. 에이든은 저도 모르게 제 옆에 입을 꾹 다물고 서 있는 단영을 슬쩍 내려다봤다. 힐끔거리면서 바라보다 곧 단영과 눈이 마주치자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시선을 돌렸다. 임무 브리핑을 받는 동안 녀석의 표정은 한결같았다. 에이든의 조는 에이든이 회사에 들어와서 제법 친해진 한 남자가 맡았는데, 에이든과 단영의 속한 조에서 유일하게 단영만 다른 팀의 사람이었다. 팀장이 된 남자는 단영의 어깨를 슬쩍 툭하고 쳤다.
“특기는? 총은 좀 쏠 줄 알아?”
“……엄호 사격 정도는 할 수 있지만, 사격 자체의 실력이 좋은 편은 아니에요.”
“흠. 그래? 그렇게 안 보이는데 설마 근접 전투가 특기야?”
단영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단영의 시선이 잠시 에이든을 향해 머물렀고, 곧 그 시선은 거둬졌다. 단영은 말 없이 앞으로 계속 걸어갔고, 그런 두 사람을 힐끔 거리며 바라보던 팀장이 괜히 에이든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푹 하고 찔렀다. 그러더니 슬쩍 에이든의 옆으로 와서는 “둘이 뭐 있지?” 라고 작게 중얼거렸다. 그 중얼거림에 에이든은 별 대꾸도 하지 않은 채 그저 푸. 하고 숨을 길게 내뱉고는 슬쩍 웃을 뿐 이었다.
팀은 다소 수다스러운 편 이었는데, 그렇게 조성된 팀의 분위기와는 달리 단영은 말이 거의 없었다. 이들의 대화에도 별 관심이 없는 듯, 이동하는 차 안에서도 그저 입을 꾹 다문 채로 살짝 고개만을 숙이고 있었다. 에이든은 시시껄렁한 농담들을 주고받다가, 그런 단영을 슬쩍 쳐다보았다.
“긴장이라도 했어?”
그렇게 질문을 해놓고는 에이든은 제법 뜬금없는 말이라고 생각 했다.에이든의 질문에 단영이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대답은 하지 않고 그저 제 손목이나 손을 주물렀다. “뭐. 별 일 없겠지.” 에이든은 그렇게 말했다. 단영의 어깨라도 두드려 주고 싶었지만, 그러지는 않았다. 단영은 그런 에이든을 가만히 바라보다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지 잠시 우물쭈물 거렸다. 하지만 결국 차 안에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부분이 신경 쓰였던 에이든이 왜? 라고 물었을 때 그는 그저 아무것도 아니에요. 라고 대답했을 뿐 이었으니까.
겉보기에는 낡은 폐건물에 가까운 상태의 건물이었다. 누구도 살고 있지 않을 것 같았고, 불도 꺼져 있어 온통 어둠 뿐 이었다. “이런 데에서 뭘 하는데?” 에이든이 툭 말을 내뱉자, 팀장이 된 남자가 “뭐든 못 하겠냐.” 라는 식으로 대답했다. 어차피 뭐든 명령이 내려졌으니, 그 일을 수행하는 것 뿐 이지만은. 에이든은 마지막으로 제 총을 살폈고, 단영은 차량에서 내려 주변을 살폈다.
“……CCTV가 있어요.”
단영이 제법 낮은 목소리로 중얼 거리며 어느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제법 거리가 있었으니 여기까지 저 CCTV의 카메라에는 잡히지는 않겠지만, 문제는 CCTV가 저것만 있을 것이 아니란 점 이었다.에이든은 차량에서 뒤따라 내려 단영의 옆에 섰다. “흠. 정말이군. 저거 말고도 몇 대 더 있는 거 같은데.” 에이든은 제 턱 주변을 어루만지며 그렇게 중얼거렸고, 단영은 그저 고개만 끄덕거렸을 뿐 이었다.
“2인 1조로 움직일 건데, 거기 둘. 같이 움직여.”
뒤에서 들려 온 말에 에이든과 단영이 동시에 뒤를 돌아봤다. 그러더니 곧 서로를 바라보고는 단영이 먼저 말없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에이든은 그런 단영의 태도에 그저 어색하게 웃으면서 덩달아 인사했을 뿐 이었다. 두 사람은 건물의 뒤 쪽 비상구 계단 쪽으로 배정을 받아서 단영이 선두에, 에이든이 뒤 따르는 방식으로 움직였다. 다른 팀은 대부분 앞으로 배정되었고, 사실상 뒤쪽은 에이든과 단영 단 둘 뿐 이었다. 사살 허가가 내려진 임무인 만큼, 망설임은 없어야 했다. 그들은 재빠르게 움직여서 비상구를 들어갔고, 뒤 쪽은 생각보다 보안이 허술해서 별 어려움 없이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다 문득 단영이 발을 멈추자, 뒤 따르던 자들도 덩달아 발걸음을 멈췄다. 잠시 숨을 죽이고 벽면에 붙은 채, 기다리니 코너 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들이 점차 단영과 에이든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기 시작하자, 단영은 제 손목을 잡고 가볍게 주물렀다. 이내 발소리가 코너 직전에 당도하자마자 단영은 별 망설임 없이 다리를 뻗음과 동시에 팔을 뻗어 한명의 목을 짓눌렀다. 옆에 있던 다른 자가 총을 뻗어서 단영을 겨눴지만, 거의 그와 동시에 에이든이 총을 들고는 상대를 향해 쏴버렸다. 단영 쪽도 상대방이 기절을 했는지 벽에 등을 댄 채로 천천히 쓰러져 앉았다.
“사살 허가도 내려졌는데, 그냥 죽이는 게 좋지 않겠어?”
걸음을 옮기면서 뒤에서 에이든이 던진 말에 단영은 잠시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는가 싶더니 “……꼭 그러지 않아도 되는 거잖아요.” 라고 대답했을 뿐 이었다. 그 대답에 에이든은 어깨를 으쓱이며 저를 보지도 않는 상대를 향해 웃으며 다시 대답했다.
“다시 일어나서 네 뒤통수를 노릴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그럴지도 모르죠. ……배신이라도, 많이 당해 봤나 봐요.”
“그런 것 보단…….”
단영의 말에 에이든이 뭐라 대답을 하려다 곧 다시 입을 다물었다. 단영이 걸음을 멈추고, 에이든을 가만히 바라보았고 그 모양새는 마치 할 말 있으면 얼른 하라고 재촉하는 것만 같은 모양새였다. 그런 단영의 행동에 에이든은 “……뭐. 됐다.” 라고 대답하고는 그저 먼저 걸음을 옮겼을 뿐 이었다.
그렇게 걸음을 옮기던 에이든이 다시 벽 쪽으로 바짝 몸을 붙였고, 단영도 그런 그의 행동에 따라 벽에 몸을 붙였다. 황급하게 뛰는 듯한 발소리가 여럿이었다. 아무래도 건물의 앞쪽을 향해 뛰어가는 듯 했고, 둘은 발소리가 완전히 멀어질 때까지 잠시 동안 기다려야만 했다. 발소리가 완전히 멀어지고 나서야 두 사람은 다시 걸음을 옮겼고, 그 뒤에 나눈 대화는 거의 하나도 없었다.
층을 옮겨가면서 마주하는 무장한 녀석들과 싸우고, 또 싸우면서 제압을 하거나 사살을 하면서 겨우 임무 층에 도달했을 때 단영은 다소 지쳐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물론 에이든이 “지쳤어?” 라고 물어봤을 때, 그는 고개를 저으면서 아니라고 대답했을 뿐이었지만. 막 건물을 들어왔을 때 보다는 아주 미비하지만 움직임이 둔해져 있었다.
“……실전은 처음, 이니까.”
“어어. 그건 알아.”
단영이 작게 중얼거린 말에 에이든이 대꾸했다. 그렇게 대답한 에이든이 아주 잠깐 고민하다 결국 단영의 어깨를 슬쩍 두드렸다. “다치지만 마.” 라고 중얼거리면서. 에이든의 그 행동에 단영은 잠시 에이든을 바라보다 먼저 저 보다 앞서 걸어가던 에이든을 앞지르며 중얼거렸다.
“……나 아마, 에이든을 알아요.”
“……뭐?”
에이든이 잠시 숨을 삼켰다가 반응했다. 에이든의 그런 반응에 단영이 그를 향해 잠깐 시선을 옮겼다가 다시 정면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리고 단영은 정면에서 시선을 더 돌리지 않은 채 다시 입을 열었다.
“……처음 듣는 이름이, 아니에요.”
단영의 말에 에이든은 잠시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임무 중인데. 저번에 만난 적이 있냐고 물어봤을 때는 저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던 주제에. 에이든은 저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했다. 에이든이 단영이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에이든은 기억나지 않았을 뿐 이었다. 그렇다면 이 눈앞의 녀석도 그랬던 걸까. 에이든은 아주 잠깐 생각했다. 지금 자신들은 임무 중 이었다.
“……끝나고 이야기하자.”
에이든은 그렇게 말했고, 단영은 더 대답하지 않고 그저 고개만 작게 끄덕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