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우 짧음 단문주의
“티엔은 날 싫어하잖아요, 근데 왜 난 당신을 좋아하죠?” 대뜸 단 둘만 남은 자리에서 애써 별 것 아니라는 표정을 지은 채로 한 말에 티엔이 시선을 돌렸다. 물어봐오는 목소리는 다소 짜증이 섞여 있는 것도 같았다. 아니, 어쩌면 짜증보다는 좀 더 명확한 표현이 있을 텐데. 티엔은 저를 여전히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그를 바라보다 곧 시선을 거뒀다. 무슨 대답을 해야 하나. 그래, 그렇군. 그런가. 같은 대답이면 될까.
평소와 똑같은 표정을 한 채로 저를 내려다보는 그의 시선에 마틴은 고개를 획 돌려 그 시선을 피했다. 뭘 바란 거야, 진짜.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마치 이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마냥 속이 울렁거렸다. 마틴은 저도 모르게 팔로 제 입가를 가렸다. 속이 울렁거렸다. 자꾸만, 속이 울렁거려왔다. 마틴은 티엔의 앞에서 뒷걸음질 쳤다. 그는 여전히 똑같은 얼굴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왜 나는 당신을 좋아하지. 의문은 또 다시 피어났다.
속이 울렁거림과 동시에 마틴은 입에서 잔뜩 꽃을 토해냈다. 입가를 가린 팔을 지나쳐 떨어진 꽃잎들과 함께 고개 들지 못했다. 울렁거림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았고, 마틴은 이제 그를 좋아하는 마음과 이 울렁거림이 섞여 울분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그의 앞에서 이렇게 웩웩 거리면서, 눈물이 터져 나올 리 없었으니까.
“챌피.”
티엔의 목소리는 항상 들었던 목소리와 똑같았다. 여느 때처럼 낮고, 가라앉았으며, 마치 짓누르는 듯한. 마틴은 허리를 숙였다. 애써 속을 진정 시키고 겨우 말을 토해냈다.
“……저리가요.”
티엔은 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마틴은 결국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속은 여전히 울렁거렸고, 기분은 이상했다. 그동안 쌓아놨던, 혹은 모른 척 하고 있던 것들이 순식간에 쏟아져 나오는 감각이었다.
“……참는 건 힘들어요. 하지만 그래야하죠.”
“난 참으라고 대답한 적 없다.”
티엔은 딱 그 한마디를 했다.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주저앉아있던 마틴이 겨우 고개를 들었다. 속이 계속 울렁거려, 토기를 참을 수 없었다. 몸을 벌떡 일으키고는 그대로 티엔의 얼굴을 최대한 있는 힘껏 붙잡고는 그의 입술에 입 맞췄다.
그는 거절하지 않는다. 왜.
의문은 해결되지 않은 채, 여전히 속 안의 울렁임만이 피어나 남았을 뿐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