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틴이 티엔에 대한 마음을 부정하고 부정하다가 결국 인정하게 되는 뭐 그런... 이야깁니다..
문
득, 문득 그 검은 눈동자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검은 눈동자를 떠올릴 때면 뱃속에서 울렁거림을 느꼈다. 왜? 라는 의문은
피어올랐지만, 마틴은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 지금까지.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던가. 마틴의 궁금증은 끝까지
궁금증으로 남았고, 마틴은 여전히 남자의 눈을 떠올리면 속이 울렁거렸다. 겨우 그것을 참아내며 남자와 눈이 마주치면 그에게서
도망치듯 자리를 피했다. 그가 자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마틴은 알지 못한다. 자신에 대해서도, 그랑플람에 대해서도, 다른
이들에 대해서도. 아마 이대로 영영 알지 못할 것이 분명하고 또 분명했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본 채로 그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낮은 목소리가 돌아왔다.
“……핫 초코라도 마실 텐가.”
마
틴은 제 옆으로 기척도 없이 다가와서 말한 남자의 목소리에, 순간 크게 숨을 삼키고는 한발자국 물러섰다. 남자는 자신을 처음 봤을
때의 그 표정을 한 채로 그런 마틴을 바라볼 뿐 이었다. 남자의 이름은 티엔 정. 자신이, 마틴이 유일하게 그 생각을 읽을 수
없는 사람. 남자의 제안에 마틴은 손바닥을 펼쳐 보이며 그 앞에서 내저었다.
“……됐어요. 괜찮아요.”
“뭐, 그렇다면 됐다.”
“……근데 뜬금없이 웬 핫 초코요?”
티엔이랑 안 어울리네요. 같은 말은 덧붙이지 않은 채 마틴은 애써 속으로 삼켰다. 그의 물음에 티엔은 손가락으로 마틴을 가리켰다.
“네 얼굴에 피곤함이 묻어져 나오는 것 같아서 그랬다만. 충분한 잠을 자는 것이 좋다, 챌피.”
“네에, 네에. 잔소리는 저 말고 하랑한테 가서 하시고요.”
티
엔의 말에 마틴이 자신이 졌다는 어투로 대답했고, 그 대답에 티엔은 팔짱을 낀 채로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방을 나섰다. 티엔이
나가고 나서도 마틴은 그가 나간 문을 한참이나 노려보듯 쳐다보았다. 남자는 더 이상 자신과 가은 방에 없었다. 마틴은 또 다시
뱃속이 울렁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제는 배 뿐만이 아니라 머리마저도 울렁거리는 것만 같은 감각에 사로잡혀 마틴은 저도 모르게 제
입을 손으로 최대한 틀어막았다.
왜,
어째서. 또 다시 마틴의 머릿속에는 온통 질문이 둥둥 떠다녔다. 어서 빨리 답을 찾아야만 하는데, 좀처럼 답은 나오지 않았다.
마틴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벽에 붙어 있는 거울로 다가갔다. 방안은 조용했고, 시곗바늘이 움직이는 소리만이 완전했다. 거울에는
입을 틀어막고 있는, 난처한 표정을 한 자신이 서있었다. 왜 자신은 저런 표정을 짓고 있었던 것 일까. 왜. 마틴의 머리는 또
다시 의문으로 차올랐다. 마틴은 다시 금 티엔의 모습을 떠올렸다. 완고해 보이는 얼굴과 표정. 그리고 그 눈. 토기가 올라왔다.
뱃속에서 무언가 목구멍 위까지 올라오는 것만 같았다.
마
틴은 제 입 밖으로 나오려는 ‘무언가’를 다시 삼키기 위해 애썼지만, 한참 동안이나 제 뱃속에서 요동치는 ‘무언가’에 마틴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입을 틀어막고 있던 손을 떼어 냈다. 우웨엑. 입에서 손을 떼어냄과 동시에 마틴은 그 무언가를 토해냈다. 역한
냄새 같은 것은 나지 않았다. 숨을 컥컥 거리면서, 마틴은 한 참이나 그 무언가를 토해냈고 그 끝에서는 결국 눈물까지 흘렸다.